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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Feb 11. 2022

다운증후군 엄마에게 관심 끄세요.

독일에 있은 한인 사회는 좁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가 나서 만나면 아픈 사람도 있다. 나와 맞지 않다고 딱 잘라 낼 수도 없다. 돌고 돌아서 다시 만나 게 된다. 선을 그어 그 이상은 침범하지 못하 게 할 뿐이다.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여도 쉽게 말을 놓지 않는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말을 놓지 않으므로 존중하게 되고, 말실수도 적어진다. 20대 때의 철부지 나는 좋은 게 좋은 거고 다 내 맘 같은 줄 알았다. 천상 곰이었다. 여우 같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상처받고 곪아 터지고 굳은살이 배기며 마음에도 내성이 생겼다.


내성이 생겼다 해서 다 괜찮은 건 아니다. '다운증후군' 딸의 엄마를 있는 그대로 봐준다면서 다른 사람 앞에서 나를 두둔하는 모습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내 대변인도 아니고 왜 나서서 내 마음을 후비는 걸까?’ 내 딸은 만 4살이지만 아직 기저귀를 완전히 떼지 못했다. 때가 되면 되겠지 생각한다.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함께 배변 연습을 한다. 집에서 만큼은 기저귀를 벗고 있지만 딸이 외출할 때면 기저귀를 채운다. 딸의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지나가다 그 모습을 발견한 지인은 “괜찮아, 괜찮아” 라며 내게 말했다.

관심 끄세요!!


아무 생각 없이 했을 수도 있고 나를 격려한다며 내뱉은 말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내 입장에서는 ‘뭐지?’라는 찜찜함을 느끼게 했다. ‘간섭이 관심이라 착각하는 게 아닐까?’ 그 사람의 행동으로 나에게 다가오려던 사람조차 주춤하게 만든다. 내 딸은 조금 느릴 뿐이지 다를 것 없다. 그런데 왜 우리 딸이 듣는 앞에서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는 둥 눈치가 빤하다는 둥 왜 그런 말을 서슴지 않게 하는 걸까? 말에서 그 사람의 성품이 묻어난다.


간섭하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과는 달리 독일 사람들은 남 일에 관심이 없다. 의식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다운증후군’ 엄마라 해서 연민을 가지고 대하지도 않는다. 누구의 엄마이기 전에 온전한 나로 대해 준다. 그런 면에서는 독일 사람이 편하다.


독일 사람처럼 편견 없이 내 딸과 나를 대해주는 한국사람도 있다. 내 딸의 애교, 사랑스러운 모습을 예뻐한다. 내 딸에게  "행복바이러스"라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내 마음의 문이 스르륵 열린다. '다운증후군'이라 해서 다를 게 없다. 여느 아이들처럼 살갑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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