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존더스 Feb 25. 2022

독일에서는 빠진 이빨을 주면 1유로가 생긴다.

만 11살의 첫째 아들에게는 유독 빠지지 않던 유치가 하나 있었다. 유치가 흔들린지는  오래됐다. 치과에 데려갔지만 이를 빼주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빠지길 기다리라고 했다. 자연스러운 걸 추구하는 독일스러웠다.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작은 공간을 비집고 새 이가 빼꼼히 얼굴을 드러냈다. 그냥 두다가는 이가 삐뚤게 자리를 잡을 것 같았다. 언제 빠질지 모르는 유치를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아이의 이를 인정사정없이 흔들었다. 첫째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발로 나를 밀었다.


그 이후로 첫째는 나를 피해 다녔다. 눈만 마주치면

"아” 해 봐를 외치는 엄마가 무섭게 느껴졌던 것 같다. 첫째는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그래 네 이빨이지 교정을 해도 네가 하지 네가 알아서 해" 라며 포기했다. 첫째는 아침으로 토스트를 먹다가 흔들리는 이를 건드렸나 보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날 저녁 “이제 이를 빼야 할 것 같아.” 첫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행동에 옮겼다.


실을 가져다가 이에 감았다. 첫째는 “세상에 이를 이렇게 빼는 무식한 사람이 어디 있어” 라며 난리 났다. 떠드는 사이 획 잡아당기니 톡 빠졌다. 첫째는 눈이 왕방울 만해지더니 “오!!!!!” 라며 감탄했다. “한국에서 엄마 어릴 때에는 이를 빼면 지붕 위에 던졌어 까치가 가져가고 새 이 준다는 말이 있었거든" 독일에서 나고 자란 첫째는 그마저도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독일에서는 이가 빠지면 베개 밑에 두고 잔다. 요정이 가져가고 1유로를 넣어준다고 한다. 물론 속설이겠지만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것과 같다. 첫째는 이미 만 11살로 믿지 않았다. 빠진 이를 힐끗 쳐다보더니 무심히 쓰레기통에 버렸다.


하지만 어린  만 6살의 둘째는 달랐다. 유치가 처음으로 빠지던 날 둘째는 초 저녁부터 잠을 자러 들어갔다. 이를 베개 밑에 두고 누웠다. "엄마, 요정은 분홍색 옷을 입었을까? 날개는 팅커벨처럼 있겠지?" 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첫째는 요정이 있을 리가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 급기야 둘째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첫째를 질질 끌고 나왔다. 둘째의 동심을 지켜주자며 첫째에게 약속을 받아냈다. 우는 둘째를 달래며 요정 이야기를 이어갔다. 울다 잠든 둘째 베개 밑에 이를 살짝 빼고 1유로를 넣어주었다. (환화로는 1400원이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1유로를 발견했다. 신나서 방방 뛰어다니는 둘째 얼굴이 아침 햇살 같았다. 둘째의 유치는 계속 빠지고 있다.


그때마다 1유로를 챙겨 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몇 번은 그냥 지나갔다. 어는 날 둘째는 "엄마, 요정이 오지 않은지 꾀 된 것 같은데?" 난 흠칫 놀랐다. "코로나여서 요정도 집 밖을 나오기가 겁나나 봐." “그럼 마스크 쓰고 나오면 되잖아.” “그러게 우리 기다려 볼까?.” “나중에 오면 그동안에 받지 못했던  유로를 다 받게 되는 거지?”라는 둘째의 말이 끝나자 내 머릿속이 바빠졌다. 이가 몇 개나 빠졌었더라? 몇 유로지? 잊어도 되는데 별걸 다 기억하는 녀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에서는 꼬마도 내 이름을 부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