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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Mar 04. 2022

내 동생은 왜 다를까?

삼 남매를 돌보는 일상에 주말은 쉼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유치원을 오간다. 나가지 않아도 되는 주말이 좋다. 늦게까지 침대서 뒹군다. 겨울의 포근한 이불속이 따뜻하다. 찬 공기가 싫어 더더욱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얼마나 좋을까?’ 방에서 나오는 아이의 발소리가 들린다. ‘일어나야 하는구나.’

출처: pixabay


방문을 확 열어젖히는 소리가 둘째다. 엄마의 늦장을 두고 볼 리 없다. 내 위로 뛰어든다. 나는 둘째의 무게에 숨이 턱 막힌다. 아빠도 좀 괴롭혀 주지 둘째 눈에는 엄마만 보인다. 자고 있는 셋째마저 깨운다. 셋째는 찡찡 거리며 눈을 비빈다. 더 이상 꼬물거리며 이불속에 있을 수 없다. ‘으랏차차’ 둘째를 밀어내며 일어난다. 둘째는 데구루루 구르며 까르륵 웃는다. “엄마, 헐크 같아” 라며 엄지 척을 해준다. 엄마를 일으켜 세웠으니 인무 완수했다는 뿌듯한 표정이다.


출처: pixabay

삼 남매 엄마는 자고 일어나도 몸이 찌뿌둥하다. 반면 아이들은 쌩쌩하다. 마치 휴대폰을 충전하듯 힘이 가득 채워진다. 둘째와 셋째는 재미있는 놀이를 찾는다. 엄마가 걷어낸 이불을 사이좋게 뒤집어쓴다. 앞이 보이지 않자 바닥을 보며 살금살금 걷는다. 어느 순간 둘의 발이 엉키며 벽에 ‘쿵’ 부딪친다. 그래도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 거린다. 둘째는 동생이 괜찮은지 살핀다. "아파?"라고 물어보지만 동생은 아무 말이 없다. 이내 나에게로 뛰어와 질문한다. "엄마, 다희 네 살이지?” “응” “그런데 아직도 왜, 말을 못 해?”라는 둘째의 질문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출처: pixabay

몇 주 전 둘째는 다희의 동갑 아이를 만났었다. 말을 잘하는 그 아이를 보고 둘째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말을 하지 못하는 동생과 달리 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다희의 느린 시간에 대해 둘째에게 이야기해 준 적이 없었다. 다희가 태어났을 때 둘째는 만 2살이었다. 이해할 나이가 되면 그때 설명해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만 6살인 둘째. 이제는 설명해줘야 할 때다. 잠시 뜸을 들이는 나를 바라보는 둘째의 눈망울에 궁금증이 가득하다. “다희는 우리와 조금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어 예전에 동물원에 가서 거북이 봤지?” “응” “거북이는 어떻게 가?” “느릿느릿, 엉금엉금.” “맞아, 느려도 앞으로 천천히 가지?" "응" "다희는 우리의 시간과 조금 달라서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는 거야. 우리가 다희의 시간을 함께 맞춰 간다면 언젠가는 말을 하게 될 거야" 내 이야기에 둘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는다. 함께 놀던 동생에게 뛰어가 와락 안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이 뭉글뭉글하다.


출처: pixabay

둘째가 동생을 보듬어 안아주는 모습에서 첫째 모습이 보였다. 첫째는 둘째가 태어나고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희의 다름을 받아들였다. 다희가 느리다는 걸 알았다. 여동생이 느릴 뿐이지 다를 게 없다고 여겼다. 첫째에게는 그저 예쁜 여동생이다. 궁금할 법도 하지만 단 한 번도 나에게 질문한 적이 없다. 첫째와 달리 궁금증이 많은 둘째는 자라나면서 사촌동생을 통해, 또는 친구의 동생을 보며 더 알아가게 될 것이다. 둘째가 혼자서 많이 고민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나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며 이야기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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