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존더스 Oct 16. 2021

남편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남편은 학생의 신분으로 나와 결혼했다. 결혼 후 2년 만에 첫아이를 통해 ‘아빠’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리고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게 되었다. 아이가 둘이 되고 셋이 되며 짐은 더해졌지만 아이들을 보며 행복해했다.


‘다운증후군’ 다희는 남들과 달랐지만 남편에게는 그저 평범한 딸이었다. 나는 커가는 다희를 보며 다름이 눈에 더 확연하게 들어왔고 너무 느려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여보는 다희가 걱정 안 돼?” “응, 잘 크고 있잖아. 느릴 뿐이지 언젠가는 다 해낼 거야.” 추상적인 남편의 말에 난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기다려주는 아빠가 있는 다희가 내심 부럽기도 했다. 나도 그런 아빠가 내 아빠였음 지금보다 더 여유로운 마음이었을까?


다희가 태어난 지 1년이 되었을 때 나는 “오로지 혼자 힘으로 서기가 될까?” 라며 걱정했다. 남편은 “다희의 때에 맞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면 돼. 억지로 하려고도 하지 마.  지금 당장 되지 않아도 괜찮아. 한참 늦게 가야 하면 그렇게 해야지. 내가 너 운전 가르쳐 줄 때 다그쳤다면 어땠을까? 천천히 때를 기다려 주며 나아갔잖아. 지금은 어딜 가나 운전도 주차도 잘하잖아.  다희도 마찬가지야 여유를 가져.” 라며 나의 걱정을 잠식시켰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남편은 독일에 오래 살았어도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가부장적이다. 다희에게만큼은 관대한 모습이 놀랍다. 다희를 바라보는 눈에서는 하트가 난발하고 꿀이 뚝뚝 떨어진다. 나랑 싸웠더라도 다희에게만큼은 표를 내지 않았다. 다희가 아들이었어도 그랬을까? 두 아들에게는 자상했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압도했다. 아마 다희가 아들이었으면 지금 두 아들과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희가 다니는 병원에서 걸려오는 전화, 다희 유치원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웬만하면 남편이 다 받을 정도다. 병원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주로 다음 검진 예약이다. 유치원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다희 컨디션이 좋지 않아 데려가라는 내용이다. 다희의 사소한 작은 것 까지도 남편은 알고 싶어 한다.


남편은 다희가 태어난 날 다희를 품에 안고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공주님으로 키울 거야.”라고 말했었다. 남편에게는 ’ 다운증후군‘의 모습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다희는 자라나며 힘들 때 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남편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나아가길. 남편은 오늘도 다희를 위해 자리를 지키며 기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동생은 왜 다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