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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Apr 26. 2022

까르륵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다운천사' 다희는 흥을 장착하고 태어났다. 다희는 어느 장르의 음악이든 신나게 춤을 춘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면 발을 천천히 움직이며 팔을 느리게 흐느적거린다. 비트가 빠른 음악에서는 어지러울 정도로 빙글빙글 돈다. 어지러워 넘어지면서도 까르륵 웃는다. 엄마와 단둘이 춤을 추다가 오빠들이 껴들면 기분이 한층 더 올라간다. 그 와중에 아빠까지 함께 하면 크게 웃다 못해 뒤로 넘어간다. 집안에는 웃음소리로 채워진다.


 큰 오빠와 놀 때도 행복하다. “다희 잡으러 간다”라며 큰 오빠가 쫓아가면 잡힐세라 콩콩콩 뛰며 도망간다.  얼마 못 가 오빠에게 잡혀 들어 올려지면 놀란 눈은 커진다. 놀람도 잠시 금세 반달눈이 되어 웃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면 한발 자국도 내딛지 않고 마냥 서있기만 한다. 술래가 되지 않기 위한 다희만의 방법이다.


숨박 꼭 질을 하면 타조 마냥 머리만 숨는다. 그 모습이 귀여운 큰 오빠는 능청스럽게 "다희 어디 갔지?" 라며 못 찾는 척을 한다. 신나게 놀아주던 오빠가 공부할 시간이 되면 오빠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장화 신은 고양이 눈이 되어 오빠를 바라본다. 공부 끝나면 놀아준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오빠를 놔준다.


갑자기 적막해진 집안 공기를 가르듯 둘째 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온다. 다희는 버선발로 마중을 나간다. 심심하던 차에 둘째 오빠는 재미있는 친구가 된다.  바쁜 엄마가 잠시 일 하는 동안 둘은 작당을 도모한다. 이를테면 코코아 가루를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붓는다. 그것도 모자라 바닥에 까지 부은 코코아 가루 위에서 수영한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에 들여다 보면 세상 행복한 얼굴로 날 쳐다본다. 난 어이가 없어 그저 웃는다. 둘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


두 녀석 몸에 뭍은 코코아 가루를 대충 털어낸다. 욕조에 물을 한가득 받아 두 녀석을 들여보낸다. 지키고 있지 않으면 둘은 분명 욕조 밖으로 물을 떠다 나를 거다. 건식 화장실은 그야말로 물 날 리가 되고 그때에는 정말 웃어넘기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 이다. 물놀이를 좋아하는 다희는 물장구도 치고 손바닥으로 물을 튕기며 논다. 욕조에 받아 놓은 따뜻한 물이 차가워질 때까지 욕조에서 나오지 않는다.


 욕조에서 나온 두 녀석에게 큰 수건 한 장씩을 몸에 둘러준다. 거추장스러운 큰 수건을 집어던지고는 자연인이 되어 뛰어다닌다. 아이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물기가 흥건하다. 한 놈씩 잡아다 물기를 닦인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것조차 아이들 에게는 놀이가 된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오른쪽으로 돌리고, 갑자기 머리를 푹 숙인다. 난 땀범벅이 되어 옷이 축축하다. 두 녀석의 하루는 짧다. 반면 저지레를 뒷 수숩해야하는 내 하루는 길다. 오늘도 두 녀석은 마음이 맞아 일을 꾸민다. 호기심 가득 찬 두 녀석의 눈망울이 반짝인다. 까르륵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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