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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Apr 22. 2022

큰 아이는 결국 독일에서 유급됐다.

초등학생인  아들은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 부모 밑에 자라서 독일어가 부족하다. 집에서 한국어를 쓰는 시간을 무시할  없다. 독일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첫째는 독일어 부족으로 적극적으로 발표를 하지 못했다. 모르는 문제있어도 선생님에게 질문 하지 않았다. 1학년 1학기 상담  담임선생님은 “첫째가 조용히만 앉아 있어 독일어를 어느 정도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니면 독일어를 못해서 수업시간에 이해를  하는 건지 확실히 알아야 도와줄  있을  같아요. 한국말은 잘하나요? 어른들 하고도   하나요?”라는 말에  “, 능통하게 구사해 내며 어른들 하고도 말을 잘합니다.”  말이 끝나자 선생님은 첫째를 위해 Lgopädie (언어치료) 권했다.

pixabay

한국어로 직역하면 언어치료지 쉽게 말해 1:1로 독일어 과외다. 첫째에게 도움 되고자 언어치료를 열심히 데리고 다녔다. 반년이 지나 2학기 상담을 받았다. 나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선생님을 만났다. ‘언어치료도 열심히 다녔으니 결과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선생님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Sozialpädiatriscges Zentrum (사회 소아과 센터)에 가서 검사받아보세요.”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눈동자는 거칠게 흔들렸다.


독일 사람들은 약자로 SPZ라고 말하는데 그곳에서는 아이큐 검사, 이큐 검사, 사회성 검사를 한다. 독일인들은 꼭 매뉴얼대로 해야 한다. 첫째의 담임선생님 또한 전형적인 독일 사람으로 매뉴얼대로 이 검사 저 검사를 권했다. 선생님은 2학년에 올라가기 전 확실히 해야 2학년으로 올라갈지 1학년을 한 번 더 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유급을 결정한다는 말이었다. 내 마음은 무거운 돌을 매단 듯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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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아이를 SPZ에 데려갔다. 담당의가 나와 아이를 앉혀두고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과지를 받았다.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2학년에 데리고 올라가겠습니다.”라는 선생님 말을 듣고서야 무거운 마음의 한 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첫째는 2학년이 되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2학기 상담을 맞았다.  “지켜보며 끌고 왔지만 어렵습니다. 전체 학력 평가에 발표점수가 50프로인데 여전히 발표를 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2학년에 내려가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선생님 말에 화가났다. '아이와 함께 스트레스받아가며 종종걸음으로 쫒아온 결과가가 유급인가?'


독일 정서로는 유급은 창피하거나 흠이 아니다. 한 반에 3명에서 4명 정도는 한다. 하지만 한국인 엄마인 난 내려놓음을 해야 했다. 유급해서 만난 선생님도 독일 사람이었지만 매뉴얼대로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 검사 저 검사를 권하는 대신 실질적으로 첫째에게 필요한 과외 정보를 알려줬다. 첫째의 적응을 위해 선생님은 나에게 개인 핸드폰 번호도 공유했다. 독일 사람이라면 핸드폰 번호 공유를 쉽게 하지 않는데 반해 선생님은 적극적이었다. 선생님은 첫째의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을 세세하게 문자로 남겨줬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질문하라는 선생님 덕분에 첫째와 나는 바뀐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렇게 4학년이 되었다.

둘째 입학식 때

첫째의 굴곡많았던 학교생활 때문에 작년 가을에 입학한 둘째는 정석대로 가길 바랐다. 작년에 1학기 상담에 이어 올해 4월 2학기 상담 날짜가 잡혔다. 둘째의 선생님을 만나기 전 해야 할 질문을 메모지에 꼼꼼히 적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반달눈 웃음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질문이 있나요?” “네, 친구들하고는 잘 어울리나요? 발표는 잘하나요? 선생님께 질문도 잘하나요? 선생님에게 말은 잘하나요? 수업시간에 화장실 갈 때 허락을 맡나요? 혹시, 유급을 하나요?” 나는 속사포 랩을 하듯이 단숨에 질문을 쏟아냈다.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답했다. “친구들과 1학기 때에 비해 잘 어울립니다. 발표도 종종 하지만 질문은 여전히 하지 않아요. 최근에 요 며칠 저에게 말을 걸며 그림 선물을 주었어요. 수업 도중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허락을 맡고 갑니다. 그리고 이건 둘째의 1학기, 2학기 수업 자료입니다.” 라며  비교해 주며 유급 없이 2학년으로 올라간다고 알려줬다. 선생님 앞에서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학교에 있는 첫째를 선생님도 알기에 내가 내쉰 한숨의 의미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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