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존더스 Sep 05. 2022

'다운 천사'딸로 인내심을 배운다.

 ‘다운 천사다희는 자기만의 시간 속에서 느릿느릿 자란다. 이미  아들을 키운 터라 유난히 다희의 성장이 느리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다희 자체만을 생각하려 노력한다. 늦된 아이라 생각하며 내려놓기를 수백 번씩 한다.  다희를 낳으며 다짐한  하나 있다. ‘다희만의 시간에 맞춰  걸음씩 나아가자라고. 다희 속도에 맞춰나가며 기다림을 배운다.


두 아들을 키울 당시에는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았다. 외출하려면 두 시간 전부터 다그치며 준비시켰다. 두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도 마음에 여유란 없었다. 중간에 아이들이 질문을 해오면 제대로 대답해 주기보다는 다음 장으로 넘기기 바빴다. 질질 끄는 건 딱 질색이었다. 그날에 해야 할 일을 위해 아이들을 끌고서 억지로 끝냈다. 그 모습에 남편은 항상 여유를 가지길 바랐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세 아이가 동시에 자리해서 각각 움직였다. 15분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하는 첫째, 나무늘보만큼이나 느린 둘째 등교를 위해 6시 30분에 깨웠다. 입을 옷을 꺼내 놓고 그 사이 아침밥 준비와 도시락을 쌌다. 부지런한 첫째는 알아서 착착이 었지만,  둘째는 옷 입어라를 10번 외쳐야 겨우 입었다. 휘몰아치듯 아이들 등교가 끝나면 항상 후회가 밀려왔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마음에 여유를 가질 걸. 엄마에게 쫓겨 불편한 마음으로 학교에 갔을  아이들이 신경 쓰였다.


그런 내가 다희와 함께 지내며 기다림이라는 걸 한다.  다희의 자립심을 위해 더디지만 혼자 세수하기, 옷 입기, 신발 신기를 숨 죽여 지켜본다. 기다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숨이 넘어갈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손이 뻗어나간다. 내 손으로 해주면 빠르지만 주머니 속에 애써 손을 찔러 넣는다. 손이 얌전해지니 이젠 입이 근질근질하다. 다그치려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그러다 드는 생각. 행여라도 내가 다그쳐서 혼자 하던 것도 못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입을 꾹  다문다. 어렵지만  '다운 천사'딸로 인내심을 배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