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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Jun 24. 2022

난 힘들 때 독일 숲 속을 찾는다.

나는 삼 남매 엄마다. 아이들에게 공간을 나눠 주면 나의 공간은 없다. 딱히 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 정해 놓은 커피숍도 없다. 나는 숲으로 간다. 자동차의 모든 창문을 내리고 작은 도로를 따라 서행한다. 숲 속의 상큼한 향이 코끝에 닿는다. 차 안으로 가득 숲 속의 향이 스민다. 살랑살랑 바람은 운전하는 내 손등을 간지럼 태운다. 그늘 진 곳에 차를 주차한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10분 정도 깊숙이 들어가면 작은 나무의자와 테이블이 보인다. 그곳이 나의 아지트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새소리는 자연이 주는 음악이다. 여러 종류의 새들이 어우러져서 화음을 넣는다. 예쁜 꽃에서 꿀을 퍼다 나르는 벌은 ‘윙윙’ 바쁘게 날아다닌다. 나무들이 누가누가 더 클까 줄지어 서있다.  나무 사이사이 드리우는 햇볕이 푸르른 나뭇잎을 더욱더 빛나게 한다. ‘따다닥 따 다담’ 딱따구리의 집 짓는 소리도 들린다.  청설모는 순식간에 나무를 타고 풍성한 나뭇잎 사이로 사라진다. 나는 자연 속에 앉아 책을 읽는다. 때로는 노트북을 가져가 글도 쓴다. 그렇다고 거창한 글이 나오는 건 아니다. 그저 그 시간을 즐긴다.

 숲에는 마음의 무게를 덜고 싶을 때도 찾아간다. 육아로 짜증의 파도가 밀려올 , 남편과 의견 차이가 있을 , ‘다운증후군딸을 데리고 병원 진료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 딸은  달에 한번 갑상선 검사를 위해 채혈한다.  조절을 위한 거라지만 잦은 횟수는 딸을 힘들게 한다. 벌써 2  이어오고 있다. 채혈은 딸도, 나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


일주일 전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갔다. 채혈과정에서 한 번에 되지 않아 두 번째 주사 바늘을 꽂았다. 자지러지게 우는 딸을 더욱더 세개 붙드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야 채혈을 빨리 끝낼 수 있다. 딸의 팔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주사 바늘로 혈관을 휘집어 놓은 의사가 원망스러웠다. 우는 딸을 꼭 끌어안으며 다독였다. ‘엄마가 미안해, 건강히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시원한 공기가 필요했다. 차를 몰아 숲으로 갔다. 천근만근 무거운 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숲 속의 나무 의자로 갔다. 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숨을 연거푸 내쉬었다. 올려다본 하늘은 맑기만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도했다. 그저 짧게 기도했을 뿐인데.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산책로에서 떨어져 있는 나무의자는 나의 쉼터이며 위로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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