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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Jul 01. 2022

독일 초등학교 졸업식에 난 015B 이젠안녕이 생각났다

독일은 여름 방학 전에 2학기가 마무리된다. 새 학기 시작은 해마다 다르다. 그리고 주마다  다르다. 우리가 사는 주에서의 올해 새 학기는 8월 둘째 주다. 첫째 아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여름 방학 이후부터는 중, 고등학교로 간다.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이른 나이에 학교를 결정한다. 독일 학교는 김나지움 (Gymnasium인문계), 그리고 게잠트 슐레 (Gesamtschule인문계와 상고)가 공존하는 학교, 레알슐레 (Realschule상고),  베루프 슐레 (Berufschule직업학교) 이렇게 나뉜다. 첫째는 집에서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는 게잠트 슐레로 간다. 그곳에는 대학 진학 과정을 위한 반도 있다.


독일 초등학교에서는 졸업파티, 졸업예배, 학교서 하는 졸업식 이런 순으로 한다. 한국처럼 졸업식이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졸업 파티는 4학년 전체가 같이 하지 않는다.  반별로 담임선생님과 대표 엄마가 의논해서 장소를 정한다. 첫째 반은 바다가를 연상케 하는 비치에 갔다. 바다 대신에  수영장이 있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풍덩풍덩' 물속으로 뛰어 었다. 점심때 에는 바비큐도 먹었다. 하나씩 해온 음식들을 뷔페처럼 차려놓고 나눠 기도 했다.

아이들의 졸업 파티이긴 했지만 가족들도 초대되어 함께했다. 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에서도 나와 친한 쌍둥이 형제 엄마와 지나온 시간을 이야기했다. 싱글맘으로 쌍둥이를 돌보는 엄마는 급하면 나에게 아이들을 봐달라고 했다. 난 흔쾌히 아이들을 봐주겠다며 짐을 덜어 주었다. 때로는 주말에 쌍둥이 집에 첫째가 가서 자기도 했다. 서로 힘이 됐었는데. 추억으로 간직하자며 서로 바라보는 눈에 눈물이 맺혔다.  


졸업 파티 이후에는 졸업 예배가 다. 입학식에 예배를 드렸던 것처럼 졸업식에서도  예배드렸다. 이날은 종교를 떠나 모든 학부모가  모인다. 예배는 목사님의 축복 기도로 끝난다. 그리고 졸업식이 있다. 독일은 졸업식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한국처럼 상장 수료식이 따로 없다. 4학년 졸업반 아이들이 모여  자리에  서서 교과를 부른다.


그다음 교장선생님의 말씀 그리고 각 반별로 풍선을 하나씩 가위로 끊으며 안녕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안녕, 안녕 헤어짐은 슬프고 아쉽지만 모두 건강해’라는 가사였다. 담임선생님도 애써 눈물을 삼켰다. 담임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며 손 편지를 나눠줬다. 마지막으로 학년별로 줄 선 동생들의 배웅을 받으며 교문 밖을 나섰다. 교장선생님은 나가는 아이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첫째의 초등학교 졸업은 우리에게 각별했다. 마음을 나눈 진정한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순간 아들은 애써 눈물을 참았다. 같은 학교에 가는 친구도 있었지만 친한 친구들과는 떨어졌다. 제일 친했던 쌍둥이 형제 아드리안과 크리스티안은 얼굴이 벌게져라 울면서 첫째를 끌어안았다. 첫째의 힘들었던 학교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낯선 환경을 힘들어하는 첫째는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이중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힘듦도 있었다.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는 첫째는 독일 아이들과 비교했을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첫째는 코로나가 막 시작된 시점에서 유급됐다. 유급되어 만나게 된 담임선생님은 한 달 후 유아휴직을 냈다. 그다음 새롭게 만난 선생님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화면으로 만났다. 담임선생님은 첫째의 힘듦을 누구보다 이해해 주며 끌어줬다. 그 덕분에 건강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었다.


첫째의 졸업식을 보며 난  015B 이제 안녕이란 노래가 생각났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 일 거야 함께 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따라서 떠나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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