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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Jun 10. 2022

한국인의 손 편지로 독일 할머니의 마음을 녹였다.

1년 전에 딸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유치원 적응기간 동안 나는 딸 옆에서 1시간씩 있었다. 통합유치원으로 다양성이 어우러진 곳이다. 딸처럼 ‘다운 천사’도 있고, 다리에 보조기구를 낀 아이도 있다. 휠체어를 탄 아이도 있고, 개구쟁이 아이, 새침한 아이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났다. 휠체어를 탄 아이가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의자가 없는 넓은 식탁, 다리에 보조기구를 낀 아이를 위한 특별 의자도 있다.

‘다운증후군’ 딸을 위해 엄마와 안정적인 상태에서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줬다.

유치원 근처에는 집이 줄을 지어 서있다. 주택가라 주차 공간이 부족했다. 유치원 등원 시간은 다가오고 비어 있는 자리는 없었다. 급한 마음에 작은 공간에 아슬아슬하게 주차를 했다. 1시간 후에 나왔는데 주위가 시끄러웠다.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치원 원장 선생님까지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알고 보니 내 차가 주차된 곳이 어느 집 차고 앞이었다. 아뿔싸. 이런 실수를. 나를 보자마자 집주인 독일 할머니는 '씩씩' 거리며 나에게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사시나무 떨듯 몸이 떨렸다. 작은 체구에 깡마른 할머니는 온 힘을 다해 나에게 소리를 내질렀다. “나가려는데 한 시간 동안 이렇게 막혀 있었어! 경찰을 부르려던 참이었어. 차고 앞인 줄 몰랐어? 약속시간이 늦었다고 어떻게 할 거야?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 어서 차 빼!”라는 할머니 말에 난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할머니 집 차고 앞

차를 빼려는데 손이 덜덜 떨려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가까스로 차를 뺐다. 독일 와서 많은 일을 겪었지만 나에게 대 놓고 소리 지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집으로 오는데 머릿속이 어지럽고 복잡했다. 딸이 다녀야 하는 유치원에 원장 선생님까지 나와서 이 상황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창피했다. 할머니도 앞으로 만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 한국 사람을 처음 만난 독일 할머니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만회하고 싶었다. 손 편지가 떠올랐다. 마음을 담아 종이에 꾹꾹 눌러썼다. '차고 앞인 줄 정말 몰랐습니다. 외국인의 실수라 여기며 너그러이 받아주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쓰고는 색연필, 색종이까지 동원해서 정성 들여 꾸몄다. 딸을 데리러 가는 시간에 할머니 집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다음날 딸과 함께 유치원에 갔다. 나를 보고 할머니가 다가왔다. 할머니를 만나기 100미터 전이었다. 긴장되어 손끝이 떨렸다. 할머니는 미소  얼굴로 "정성 들여 만든 진실된 편지지가 감동이었어. 사실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주러 오는 학부모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어 매번 내 집 차고 앞에 주차를 하잖아. 어제는 무려 한 시간이나 차를 빼지 않아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어. 편지가 없었더라면 쉽게 화가 풀리지 않았을 거야 고마워."라는 할머니 말에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되는 편지였지만 진실된 마음을 전달할  있었고,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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