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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Jun 03. 2022

독일 초등학교 체육대회는?

체육 대회 날 아침.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독일식 빵을 도시락에 쌌다.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신선한 과일과, 1L 물통에 물을 입구까지 찰랑찰랑 담은 것이다. 두 아들은 운동복을 서랍에서 꺼내 입었다. 독일 학교에는 체육복이 없다. 개인 적으로 취향에 따라 운동복을 입으면 된다. 없는 게 또 한 가지가 더 있다. 운동장이 없다.


학교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은 있지만 전교생이 모이기에는 공간이 작다. 체육대회를 위해 아이들은 학교에서부터 걸어서 15분 거리의 축구장으로 이동한다. 파릇파릇한 초록색의 잔디구장에서 체육대회를 한다. 코로나로 2년간 체육대회가 없었다. 이번 체육대회를 위해 학교에서는 한 달 전부터 체육대회 경기 종목을 연습시켰다고 한다. 그동안 연습해온 두 아들은  실력 발휘를 할 차례였다.

잔디구장

이미 4학년인 첫째에게는 체육대회가 별 의미가 없었다. 반면 1학년인 둘째에게는 설레는 일이었다. 두 아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보냈다. 세 시간 정도 지나 얼굴이 빨갛게 익은 두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독일에 오래 살아도 난 한국 엄마였다. 피곤해하는 두 아들을 붙들고 질문을 쏟아냈다. “누가 이겼어? 너희들은 잘했어? 많이 더웠지? 싸간 도시락은 먹었어?”라는 내 질문에 첫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둘째는 반짝이는 눈으로 “엄마, 멀리 공 던지기 했는데 힘 조절이 안돼서 바로 내  앞에 툭 떨어졌어. 그리고 달리기 했는데 너무 뛰어서 숨이 헐떡여서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 꽃게처럼 옆으로 빨리 걷기 경기도 있었어. 빨리 가려다 발이 엉켜 넘어졌는데. 앞서 가던 친구들이 돌아와서 일으켜 세워줬어. 친구들도 나처럼 늦게 결승선에 들어갔지만 다들 괜찮다고 말했어. 팀 경기도 있었어. 앞에 친구가 공을 뒤로 줬는데.”라는 둘째의 말을 첫째가 끊고 껴들었다.


두서없이 말하는 둘째가 답답했나 보다. “팀 경기는 12명의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서 공을 전달해주는 게임이야. 앞에서부터 전달된 공이 맨 뒤로 오면 맨 뒤에 아이는 앞으로 빨리 뛰어가야 해. 얼마나 빨리 공이 전달되며 빨리 경승 선에 도달하는지에 따라 이기고 지는 거야.” “그래서 너희 팀이 이겼어?” “아니 중간에 친구가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놓쳤고 우린 졌어.” “속상했겠다 점수를 못 받았겠네.” “점수는 중요하지 않아 친구들과 함께 즐거웠다는 게 중요하지. 진 우리 팀은 이긴 팀에게 박수 쳐줬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해 궁금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학교에서부터 멋진 스포츠 정신을 배워나가는 건강한 마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운하게 씻고 나온 두 아들은 시원한 수박을 한 입 가득 물었다. 둘째는 불현듯 뭔가가 생각났는지 방으로 총총총 걸어 들어갔다. 방에서 나오는 둘째 손에 종이가 팔락거렸다. 체육대회에  참가했다는  증명서였다. 증명서에는 체육대회의 종목을 합산한 점수가 적혀있었다.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서 였을까? 적힌 점수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아들의 체육대회 참가 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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