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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Aug 26. 2022

과연 독일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요즘 최대 관심사는 집이다. 밑에 사는 노부부는 영국 사람이다. 영국신사도 뛰어올라오게 하는 우리 집 삼 남매는 개구쟁이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잡아 두기란 쉽지 않다. '이제는 집을 사야 하지 않을까?' 독일은 전세가 없다. 내 집이 아닌 이상 월세다. 남편과 결혼하고 우린 14년 동안 월세로 살았다. 동네 위치와 집 크기에 따라 월세는 달랐지만 우리가 사는 동네는 학군이 좋은 곳이라 월세가 비쌌다.


우린 작년서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보러 다녔다. 코로나 이후의 집값은 두 배나 뛰었다. 코로나로 집에서 자택 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내 집 마련을 하기 시작했다. 사려는 사람에 비해 나온 집이 턱 없이 부족해 집값이 상승세를 탔다. 지금 집을 사는 게 시기적절하지 못하지만 더 미룰 수만은 없었다. 이미 첫째는 만 11살로 사춘기가 시작됐다. 혼자만의 방도 필요했다. 아직 어린 둘째 셋째는 이웃 눈치 보지 않고 뛰 놀 수 있는 마당이 필요했다.


독일에 집은 1960대부터 2022년 집까지 존재한다. 내가 아는 지인은 건축가인데 본인의 집을 직접 디자인해서 짓고 있다. 작년서부터 짓기 시작해서 일 년이 넘은 지금도 집은 완성되지 못했다. 코로나로 자재 구하기가 어려웠다. 자재 값이 너무 올라 집 짓는 예산도 같이 오르는 일도 있었다. 건축가인 전문인도 집 짓는 건 어려웠다. 하물며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집을 짓기란 무리였다.


우린 지어진 집을 사기로 했다. 우리가 보러 다닌 집만 해도 15개가 넘었다. 작년 겨울쯤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이 있었다. 1986년의 집으로 내부와, 배수관 하수구, 보일러를 2021년에 새로 교체했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방 하나씩 주고 지하에는 취미 방으로 꾸밀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마음에 든다고 집을 바로 살 수 없다. 집을 사기 위해서는 판매자, 임모 빌리(Immobilie) 부동산, 구매자, 대출을 도와주는 은행 피난처 베라 터(financeberater) 자금 컨설팅이 협력해서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구매 계약을 체결할 때 노타(Notar) 공증 변호사를 거쳐야 한다.


코로나 전에는 집이 마음에 들어 사고 싶다 하면 예약에 들어간다. 예약 기간 2주일 동안 서류를 준비한다. 개인 서류로는 비자, 여권, 월급명세서다.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 독일 통장에 들어가 있어야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독일은 대출을 받지 않고 집을 못 사게 되어있다. 작은 돈이라도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 서류가 준비가 되면 피난처 베라 터(financeberater) 자금 컨설팅에게 대출 가능 증명서를 요청한다. 할부로 물건을 샀다면 할부 구매 등에 대한 서류도 준비해야 한다. 은행에 빚이 없는 게 제일 좋다.


우린 집을 사기 위해 할부로 나가는 자동차 값을 일시불로 갚았다. 은행에 빚이 없었다. 그럼에도 우린 집을 사지 못 했다. 판매자가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 우린 크게 실망했다. 집을 사려는 의욕마저 사라졌다. 그 이후에 보러 다니는 집마다 놓친 집 보다 좋은 집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 8월의 어느 날  괜찮은 집이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왔다. 우린 망설임 없이 보러 가겠다고 연락했다. 며칠 후 연락이 왔고 집을 볼 수 있었다. 집도 내가 보고 싶다고 마음대로 볼 수 없다. 볼 수 있는 날짜의 예약을 받아야 볼 수 있다. 집을 보러 다니며 예약조차 받지 못해 보지 못한 적도 있었다.


예약받은 날짜와 시간대에 집을 보러 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집은 2016년에 지어진 집으로 한국의 아파트 단지처럼 주택단지로 만든 곳이었다. 집 외관상으로는 지붕 위에는 태양열이 있었다. 개인 주차장도 마음에 들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방이 무려 4개나 됐다. 3층으로 되어있는 집안에는 층마다 화장실이 있었다. 출근하는 남편과, 등교하는 아이들이 누가 먼저 화장실을 사용할지 눈치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이들이 뛰 놀 수 있는 마당은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였다. 마당의 잔디 관리에 있어서도 부담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꼼꼼히 구석구석 집을 보고 난 후 사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우리가 준비한 서류도 보냈다. 남은 건 판매자와 부동산의 선택이었다. 우린 하루하루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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