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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존더스 Mar 07. 2023

2살 조카보다 느린 5살 딸

나에게는 조카가 있다. 얼마 전 두 돌을 맞았다. 하얗고 뽀얀 피부에 큰 눈망울, 동그란 코, 작고 앙증맞은 입술조카를 보고 있노라면 싱긋 미소가 지어진다. “00야, 고모 안아줘”라면 입술을 씰룩 쌜룩하며 안아줄까? 말까?를 고민한다.


조카가 좋아하는 사과 주스로 꼬신다. 냉큼 내 무릎에 와서 앉는다. 맞닿은 살이 보드랍다. 사과주스를 마시며 내 품에 안긴 조카는 조잘조잘 종달새가 된다. "지오, 태오 오빠는?" "오빠들은 학교 갔지." "다희 언니는?" "언니는 유치원 갔고. “ ”언니, 언제 와?”라는 물음은  언니와 놀고 싶다는 거다.


둘이 만나면 앙숙이면서 없으면 궁금하다. 첫째로 귀하게 큰 조카는 양보를 못한다. 막내로 오만 사랑을 받은 딸도 마찬가지다. 둘은 양손으로 장난감을 붙잡고 줄다리기를 한다. 서로 놓지 않으려고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은다.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오른다. 둘 중 한 명이 엉덩방아를 찍고 울음보가 터져야 끝난다.


두 살 조카는 세 살 많은 언니가 아직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게 이상하다. 어느 날에는 낱말 카드를 가져와서는

“다희언니, 이거 봐봐 기린  따라 해 봐 기린” “아린“ ”아린이 아니고 기린이야 기린!! “ 이라며 외치는 소리가 카랑카랑하다. 평범한 딸이었다면 언니 노릇을 톡톡히 했을 텐데. 마음이 먹먹하다.


성장의 시간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자라날수록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성경암송도 여러 번 반복하면 외우는 조카다. ‘다운천사’ 딸은 말을 잘하지 못한다. ‘아기’라는 흔한 단어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 ‘아아’라고 말한다.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기도 어려운 건가? 말을 하는 순간이 있긴 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안아”라든지, 맛난 간식을 먹었을 때 더 먹고 싶으면 “또 줘”라고 말한다. 급 브레이크로 인해 몸이 앞으로 쏠린 딸은 “아이씨”를 외치기도 한다.


딸은 내년 가을에 초등학교 입학한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음이 초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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