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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시점 Aug 23. 2020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결혼식을 다녀오다

긴급편성 #6 코로나 하객 후기


마른하늘 날벼락같은 소식 하나가 이번 주 초에 들려왔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발동. 코로나 때문에 계속 조심해야 하는 거라 정말 상황이 좋지 않구나.. 싶었다.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러다 갑자기 본 기사 하나가 정말 당황스럽게 했다. 





50명이 넘으면 결혼식 금지라니. 당장 이번 주 절친 결혼식에 참석 예정이라, 바로 링크를 보내서 확인했다. 이게 정말이냐고? 답변이 한참을 없는 거 보니. 당사자들도 갑자기 들이닥친 비보에 마음의 정리 중인가 싶었다. 



지난 3월 처음 코로나가 대한민국을 덮쳤을 때.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을 진행해야 했던 경험으로 누구보다 심정을 잘 알기에, 이번 소식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연달아 얼마나 신랑 신부는 비롯 그 가족까지도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지도. 내가 다 걱정이 되었다. 





# 혼돈의 혼주, 혼란의 하객


일단 친구들 분위기도 반반이었던 것 같다. 결혼식을 간다고 이미 청첩밥도 먹고 청첩장도 받았는데, 갑자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발표하지 않나. 무엇보다 결혼을 참석하는 '하객'에게도 벌금이 부가된다는 내용 때문에 정말 고민이 됐다. 꼭 벌금뿐만 아니라, 자칫 잘 못하면 코로나에 노출되는 상황을 맞을 줄도 모른다. 



혹시나 하여 웨딩 카페에도 들어가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혼돈의 도가니였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예신들의 글을 보며. 정말 내가 다 안타까웠다. 3월에 무리하게(?) 결혼한 우리가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였으니. 당장 이번 주 결혼인데 어떻게 하냐며 하루 종일 울었다는 신부의 글. 두 번이나 결혼을 미뤘는데 이제 어떻게 하냐는 내용. 결혼 준비에 코로나 악재까지 덮쳐 싸우고 싸우다 결국 결혼을 안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까지.. 하늘도 무심하지. 글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는데 내가 다 우울해지는 것만 같았다. 



우리 정말 괜찮은걸까?



# 하객에게 알립니다 



당장 이번 주 결혼식은 어떻게 하나. 조심히라도 가면 되는 건가? 아니면 이번만큼은 양해를 구하고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 할까? 결정하지 못하고 하루를 보낸 다음 날. 한 친구가 장문의 카톡을 보내왔다. 




행복한 결혼을 기대했으나, 갑작스러운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당장 이번 주 예식이라 연기는 불가피하여 아쉽지만 50명의 정원을 준수하여 가족 간의 예식으로 진행하려 한다. 추가로, 예식 장에서는 50명 외에 별도의 자리를 준비하고 있으니 참석이나 방문을 원하시면 미리 알려주길 바란다. 결혼을 축하해 줘서 너무 감사하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 부탁한다..





한 문장 한 문장 마음을 누르며 글을 적었을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연이어 드는 생각은. 내가 저 50명 중에 가도 될까? 하는 의문이었다. 어림잡아 가족만 헤아려도 3-40 명은 될 텐데. 정말 친한 친구를 넘으면 50명은 쉽게 넘을 테고. 



연락을 받은 하객 입장에서는 내가 '이 시점에 결혼식을 가도 되는지', 혹은 50명에 들어도 되는지 의문이었고. 한편으론 주최자 입장에서는 50명을 한 명씩 한 명씩 카운팅 하며 인원 파악을 하고 있을 테니. 온다는 사람 오지 못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 답답했다. 



드디어 300명이 넘었구나


# 눈치 없는 코로나 그리고 선택


하루가 또 지나고, 뉴스에서는 연일 코로나의 심각성에 대해서 얘기했다. 난 여전히 마음의 정리를 못하고 있다. 친구들의 의견을 물어보지만 선뜻 대답을 못한다. 그리고 토요일. 결혼 당일이 되었다. 코로나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이 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결혼하는 사람만큼은 아니겠지만, 하객도 정말 난처했다. 


아침에 일어나 고민하다, 조심히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추고 와야겠다고 결정하고. 특히나 코로나 속에서 결혼을 진행했던 나이기에. 신랑 신부의 마음고생하는 걸 모른척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KF 90짜리 마스크를 고른다. 결혼식을 나서는데 이렇게 마음이 비장한 적이 있었던가. 



가는 길에.. 소나기가 쏟아진다. 코로나에, 비 오는 결혼식이라니. 오늘 결혼하는 신랑 신부들이 마음이 어떨지. 내 마음이 벌써부터 무겁다. 





# 꿈에 그리던 결혼식


드디어 도착한 예식장. 주차장에 들어서니 이미 정시가 지난 시간. 비가 와서 예식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다. 신랑 입장은 잘하고 있는 거지? 괜한 걱정. 엘레베이터를 타고 거울을 보며 마스크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띵동 -. 문이 열리자 하객들이 아니라 예식장 직원들이 반긴다. 반긴다는 표현보다 검사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젠 그렇게 놀랍지도 않은.. 열측정 장비



손소독. 온도 체크. 멀리서 사회자의 결혼 진행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이 급하지만, 네이버 QR 코드까지 확인해야 들어갈 수 있단다. 오늘만큼은 직원도, 평소 같지가 않다. 마냥 예식장도에서도 반갑지 않았으리라. 즐거운 자리에 엄격하게 사람들을 관리하고 검사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내 눈앞에 들어온 식장 로비. 한산하다는 표현이 맞을까. 평화롭다는 표현이 맞을까. 평소 같았으면 굳게 닫혀있을 예식장 문이 환하게 열려 있었고 마스크 쓴 몇 명의 무리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결혼식을 멀리서 참석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 열화상 카메라와 모니터가 보인다. 실시간으로 사람들을 체크하는 듯하다. 


모두가 처음이지만



# 모든 것이 모두에게 처음인 상황


축의부터 건네야겠다는 생각에 봉투에 이름을 적고 축의금을 건넨다. "혹시 식사는 없죠?"라고 물으니 '코로나 때문에 식사는 없고, 이걸로 식사라도'라며 봉투를 건네신다. 내가 축의금을 냈는데, 다시 봉투를 받는 광경. 다시 나중에야 확인했지만, 소정의 식비가 들어있었다. 여기저기 신경 쓴 게 느껴진다. 



방명록을 작성하고, 다시 문 옆의 무리들 옆에 다가가 합류한다. 안의 상황은 어떨까.  다행히(?)도 어두워서 예식장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리가 휑하다. 사람들로 북적북적거려야 할 예식장에 보는 내가 다 어색할 정도. 동그란 테이블에는 1~2명씩만 자리에 앉아있었고, 버진 로드 양쪽으로 길게 테이블에도 사람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그마저도 자리가 다 찬 것으로 보아 우리는 50명 + a 인원인가 싶다. 상상만 하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결혼식장의 모습. 실제 그 광경을 바라보니 마음 한편이 참 아쉽기만 하다. 저 멀리 신랑 신부가 보인다. 조금만 더 힘내. 잘하고 있으니. 



축가도 마스크를 쓰고


축가 순서. 댄스팀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보다 힘찬 축가와 안무. "죽겠다- 정말 부러워 죽겠다. 좋으냐- 해보니까 좋으냐. " 모두가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양가 인사를 마치고, 하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 지난날의 내가 오버랩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결혼식이었지만, 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순간보다는 이 시국에도 힘들 발걸움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 마음을 다해 하객에게 인사를 드렸던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친구도, 담담하게, 마음을 담아, 하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참석한 모두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건넨다. 결혼 축하하고, 정말 수고했노라고. 마지막 행진까지 힘차게 힘차게 걸어 나왔다. 멀리서 손을 흔드니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축하해 축하해. 


50+a 추가 공간


모든 순서가 마치고. 사진 촬영을 기다리다 로비를 둘러보다. 한쪽에 대기실을 발견. 의자가 띄어 띄어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다. 50+a를 위한 자리인 듯했으나 거의 사용하지 않은 듯했다. 신랑, 신부도 이런 초유의 사태에 하객이 얼마나 참석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고 자리를 준비 안 할 수도 없고. 



그래도 기쁜 날, 웃자



친지, 가족. 직계 가족에 이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가야 하나?' 싶었는데 아까 얼핏 들었을 때는 사진 찍을 때는 마스크 쓰고 찍으라고 한 것 같기도 하고. 막상 단상에 서니 그래도 사진을 마스크 벗고 찍어야 할 것 같아 사진 찍을 때에만 잠깐 벗고 빨리 썼다. 이것도 추억이 되길. 



사진 촬영을 마치고, 친구와 인사를 나눈다. 입장 전에 인사를 제대로 못 나눈 터라 한걸음 다가가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친구 역시 연신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나중에 또 보자고 인사를 나눈다.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 보통날이네요 어느새



결혼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식순은 모두 같았지만, 인원이 적다 보니 아무래도 더 일찍 끝난 기분.

보통의 결혼식이었지만, 보통과 다른 결혼식. 



집에 와서 오늘 기사를 보니 정부에서 위약금 없이 6개월 내에 결혼 예식을 미룰 수 있도록 요청한다는 내용이 보인다.  잠시라도 결혼 미루는 것을 고민했던 나는 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지. 사실 위약금은 그다음 문제다. 당장 결혼을 미루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냅, DVD, 청첩장, 휴가, 신혼여행 등 얼마나 많은 것들을 조정해야 하는지. 위약금이라도 해결이 되어서 코로나 속 눈물 흘리는 신랑 신부들에게 힘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예랑 시점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 두 곳을 방문했는데, 웨딩홀 마다 컨디션이 약간씩 달랐습니다. 인원 체크, 예비 공간 등 운영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네요. 예식장 직원들도 처음이라 그런지 가이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약간은 혼란스러운 듯 했습니다. 예식장 마다 확인이 필요해보입니다. 


* 당연히 식사도 없었습니다. 하객들에게 식권 대신 소정을 금액을 주기도 하고, (선착순으로) 답례품을 준비하기도 했구요. 친구 말을 들으니 급하게 준비하느라 이마저도 수량을 구하지 못해 고민이라고 하더군요. 하객들에게 답례를 하지 못하니 이 마음 또한 안타까웠습니다.


* 꼭 참석해야 하는 결혼식이라면, 나 때문에 혹시 50명이 넘으면 어떻게하지? 라는 걱정은 괜찮습니다. 웨딩홀 밖에서 관람할 수도 있고 예식장 마다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50명 기준) 식을 볼 수 있습니다. 


주위에 결혼하는 분들이 있다면 꼭 - 격려와 응원 부탁드려요. 아침에 눈 뜨면 코로나 관련 기사 찾아보고, 서로 싸우고. 누구보다 마음 고생하고 있을 분들이기에. (제가 겪어봐서 잘 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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