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돌이 교사의 ‘교실을 게임처럼! DBWORLD –06-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기다리시는 분이 있....으셨겠죠...?? 2학기가 시작된 지가 언젠데 이제 왔냐 물으신다면 죄송합니다.
요즘 인디에 까망이고동이 선생님 자료 차단 이슈가 있는데 쫑알에 제 글도 신고인지 차단인지 막히더라구요...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한 흥미가 꺾인 것은 아닌데 이 부분에서 약간 내상을 입어가지고 환기 좀 시키고 왔습니다.
사실 이것보다 더 큰 이유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ㅎㅎ 그러니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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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태창이나 그라운드, 다양한 게임적 운영에 관한 쪽지를 받으며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훨씬 넓어졌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공유해 온 이 DBWORLD는 요즘 트렌드에 비해 조금 고지식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제가 이제까지 운영해 온 방향이 단순한 허우적거림은 아니었다는 안도감도 함께 듭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열심히 적용하는 방법적 측면에서 글을 기록해 나가려고 하니 필요한 것만 쏙쏙 가져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게임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장르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rpg부터 액션, 로그라이크, 이제는 어렵다는 다크소울마저 대중성이 인정되며 소울라이크라는 어려운 게임 장르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각각의 장르마다 추구하는 게임의 목적과 그걸 즐기는 사람들 또한 거기서 느끼는 흥미요소는 다르겠지만, 처음 접할 때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강력한 힘은 ‘낯섦’에서 오는 신비로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젤다 왕눈도 재밌게 했지만 야숨을 처음 플레이할 때 오프닝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은 정말 내게 큰 감동과 흥분을 안겨 줬지요. 신비로움과 도전 욕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정말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덕분에 제 최애 게임이 되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포켓몬스터 띠부띠부실을 활용해서 포켓몬레이드 및 듀얼을 진행한 바가 있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지루했던 수학 수업을 기다리기까지 하는 모습은 아주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포켓몬스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ip인 만큼 이제는 1000마리가 넘는 포켓몬이 있는데 이 무수한 포켓몬들의 번호까지 꿰고 있는 친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친구들에게 침을 튀기면서 설명해주던 모습이 귀엽기는 했는데 문제는 친구들 또한 이미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이 약간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 활용했던 포켓몬 배틀! 반응도 좋았고 행복하게 운영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새로운 무언가를 접한다는 것은 낯섦에서 오는 신비를 마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상 가능한 재미’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넘어 ‘모르는 세계’를 마주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실 이미 내 마음속에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었다.
1부 1화에 밝혔듯 내가 게임을 교실로 끌어오면 어떨까 생각하게 만든 게임인 스톤에이지를 가져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꽃밭이라는 이름의 사냥터는 어린 제게 있어서 너무나 갈망하고 좋아하던 공간이었더랬죠. 칠흑도 채석장도 이 아름다운 맵과 어우러지는 꽃밭의 아우라를 따라올 수 없었더랬죠!)
스톤에이지는 어릴 적 정말 좋아했던 턴제 rpg인데 초창기 페트만 해도 100마리가 넘게 있었기 때문에 바로 어렵지 않게 포켓몬을 대체할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었다. 이 게임 디자인을 가져온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공룡이라는 치트키와 어린 시절의 내가 보증하는, 잘 만들어진 펫 디자인
요즘 애들은 모르는 라떼의 게임에서 오는 정보의 부재
인류 유전자에 각인됐는지 어떤진 모르지만, 어린 시절 그렇게 공룡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사실 아직도 좋아하는 분들 계시죠?) 그렇기에 남학생들은 무조건 좋아할 거 같다 생각했다. 그리고 옛날에 비해 많은 발전이 있었고 수준도 올라왔지만, 우정, 사랑, 술, 게임 등 나이대에 보편적으로 통하는 흥미 요소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 내가 좋아하고 흥분했던 그런 디자인이면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을 지금 학생들에게도 무조건 통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한 알 수 없는 미지의 생물체를 마주한다는 것. 우리 반 친구 누구도 이 생물체들의 종류나 생김새, 특성들을 알지 못한, 정보의 평등에서 오는 이 신비로운 즐거움은 그 자체로 교실에 탐험의 느낌을 씌워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만 적용하기에는 난관이 있었는데 리소스가 없어서 맨땅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세부적으로 가면
-스톤에이지가 서비스 종료된 게임이라 생각보다 페트 개별 이미지를 찾는 게 어려움
-각 페트당 번호는 있지만 포켓몬과 달리 도감 설명이 존재하지 않음.
이 두 가지가 큰 난관이었다.
구글링으로 이미지 검색이 잘되지 않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결하게 되었다.
기억상으로 내가 한창 즐겼을 때 '노을'과 '온감'이 양대산맥으로 유명했던 사이트였는데 다행히 온감이 여전히 존재했고 거기서 gif파일을 얻을 수 있었다.(내 기억력 칭찬해)
문제는 설명이었는데 이건 어쩔 수 없이 내게는 마를 듯 드물게 남아있는 열정과 시간을 쥐어짜 챗gpt에게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도감을 만들게 되었다. 생각보다 똑똑하고 생각보다 더더 모자란 우리 gpt친구와 함께 긴 시간 이미지와 도감을 비교하면서 결국 띠부띠부실을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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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머저리...사과는 잘하는데 왜 내 말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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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좋아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만들긴 했는데, 그리고 여전히 그 믿음은 변함이 없긴 하지만 과연 6학년 학생들은 이걸 얼마나 좋아할지 걱정도 분명 있긴 하다. 과연...어떨까...?
이미지출처
젤다의전설 야생의 숨결
스톤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