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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별 한 빛, 모래 한 알 7

by 모카레몬
장화2.jpg


를 타고 내려앉은

바람 손가락

물웅덩이 얼굴을 쓰다듬어요.


박타박 걷는 노란 장화

빗물과 함께 연주해요.


들레도 가슴 활짝

춤추는 비를 맞이해요.


흙냄새가 퍼지면

물웅덩이도, 노란 장화도, 민들레도

봄빛 웃음을 나눠요.


봄비 오는 날,

비타민처럼 싱그러워요.






개나리가 피기 시작한 어느 날,

아침부터 회색빛 구름이 비를 몰고 왔습니다.

봄비라고 하기엔 심술궂습니다.

서빈이가 일교시 수업을 시작했는데도, 교실에 오지 않아요.

부모님도 연락을 받지 않습니다.



"얘들아, 서빈이가 왜 안 올까?"

"선생님, 저 아까 서빈이 봤어요!" 눈을 동그랗게 뜬 효원이가 큰 소리로 말합니다.

"어디서?" 효원이 눈을 바라보며, 온몸의 더듬이를 곤두세웁니다.

"교문 앞에서요!"

"혼자 있었니?"

"네!"



큰 일 났다 싶어요.

아이들에게 해야 할 활동지를 나눠주고, 보안관님께 연락을 드립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이 조급합니다.

운동장에도 서빈이가 보이지 않아요.



먹장 빛 하늘이 불안을 불러냅니다..... 서빈아.....



저 멀리, 도서관 화단 앞에 노란 장화가 춤을 춥니다.

물웅덩이로 뜀박질을 합니다.

가방은 바닥에 내팽개쳐져 뒹굴고 있지요.



"서빈아!" 큰 소리로 부릅니다.



물웅덩이 놀이에 빠진 서빈이의 귓구멍은 꽉 막혔나 봐요.



그래도 좋습니다.

모든 염려가 봄비에 씻겨 내려가니까요.



그야말로, 비타민 한 박스를 통째로 먹는 것 같습니다.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

#봄비 #개나리 #장화 #민들레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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