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한 빛, 모래 한 알 8
엄마 신발 굽이 또각또각 닳아가요.
아빠 신발 굽이 따각따각 낮아져요.
할아버지 신발 굽도 타박타박 사라져요.
신발 굽이 닳을 때마다
내 키도 같이 작아져서
강아지랑 눈을 마주칠 것 같아요.
맨발로 걸어요.
땅도 오래 걸어와서 신발을 벗었나 봐요.
발가락 사이로 풀잎이 간지럽히고
발등 위로 햇살이 따사롭지요.
신발 없이도 괜찮아요.
바람이 길을 보여주고,
흙이 발자국을 기억할 테니까요.
어디든, 어디까지 든
엄마와 아빠와 할아버지도
어렸을 땐
맨발로 걸었을 거예요.
"선생님!"
"응?"
윤승이가 쉬는 시간에 제 곁으로 옵니다.
"맨발로 있어도 돼요?"
"왜?"
"갑갑해서요."
통통한 맨발이 얼마나 귀여운지 함박웃음을 터뜨립니다.
손에 든 양말을 가방에 쏙 집어넣고, 실내화도 책상아래 가지런히 벗어두지요.
윤승이는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립니다.
교실의 적정온도는 윤승이의 체온보다 높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바람이 잘 드나드는 창가 자리를 제일 좋아합니다.
쉬는 시간마다 교실 바닥의 온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돌아다닙니다.
"아, 시원해! 윤우야, 너도 벗어봐. 진짜 시원해!"
윤승이는 맨발의 전도사입니다.
갑갑하지 않을 때까지 벗고 있습니다.
윤승이 발 같은 맨발이 네다섯 보입니다.
저 작은 발로 세상을 딛고 섰습니다.
맨 발인 때가 언제인지 헤아려봅니다.
생각이 잘 나지 않아서
아이들을 다 보내고, 맨발로 윤승이 흉내를 냅니다.
이 동시의 주인공은 윤승이 입니다.
아마도 윤승이는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저의 생각을 더해봅니다.
봄이 옵니다.
맨발도 정겨울 텐데, 땅은 키 낮은 마음들을 품기에도 더 넓을 것 같습니다.
맨발이 되어 보는 일, 어떠실까요.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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