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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별 한 빛, 모래 한 알 9

by 모카레몬
사춘기3.jpg




원이 둥글게 맴도는 건

작은 점 하나가

그 안에서 숨 쉬기 때문이래요.


나무가 하늘을 향해

끝없이 자라는 건

땅 아래 깊은 곳에서

어둠이 뿌리를 감싸 주기 때문이래요.


새가 푸른 하늘을

가볍게 오르는 건

바람이 깃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기 때문이래요.


팽이가 몸을 낮추고

춤을 추는 건

가장 조용한 곳에서

단단한 중심이 깨어 있기 때문이래요.


나는 오늘도 흔들려요.

내 안의 작은 점 하나가

어디선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나 봐요.









민수가 수업 시간 내내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민수는 다리를 흔들고 고개를 푹 숙입니다.

사춘기가 왔다는 민수 어머니의 상담 전화를 받았던 터였지요.


아이들의 말소리가 흩어지고, 창 밖의 바람이 창틀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민수야."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어디 아프니?"

"아뇨."

더 이상 묻지 않고, 책상 모서리를 손끝으로 가만히 두드립니다.


아픈데, 아프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간.

흔들리는데, 어디를 붙잡아야 할지 모르는 순간.


말을 더 얹지 않고, 작은 쪽지를 접어 책상 위에 올려둡니다.


민수는 쪽지를 가만히 펼쳐보다가, 슬며시 주머니에 넣습니다.

본 척하지 않습니다.


민수가 의자를 당기고, 필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민수의 시간을 지내는 아이들은 한 번쯤 흔들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쪽지에 일곱 글자를 썼습니다.


힘들면 얘기해 줘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

#중심 #원 #나무 #새 #팽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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