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한 빛, 모래 한 알 9
원이 둥글게 맴도는 건
작은 점 하나가
그 안에서 숨 쉬기 때문이래요.
나무가 하늘을 향해
끝없이 자라는 건
땅 아래 깊은 곳에서
어둠이 뿌리를 감싸 주기 때문이래요.
새가 푸른 하늘을
가볍게 오르는 건
바람이 깃털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기 때문이래요.
팽이가 몸을 낮추고
춤을 추는 건
가장 조용한 곳에서
단단한 중심이 깨어 있기 때문이래요.
나는 오늘도 흔들려요.
내 안의 작은 점 하나가
어디선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나 봐요.
민수가 수업 시간 내내 집중을 하지 못합니다.
민수는 다리를 흔들고 고개를 푹 숙입니다.
사춘기가 왔다는 민수 어머니의 상담 전화를 받았던 터였지요.
아이들의 말소리가 흩어지고, 창 밖의 바람이 창틀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민수야."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어디 아프니?"
"아뇨."
더 이상 묻지 않고, 책상 모서리를 손끝으로 가만히 두드립니다.
아픈데, 아프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간.
흔들리는데, 어디를 붙잡아야 할지 모르는 순간.
말을 더 얹지 않고, 작은 쪽지를 접어 책상 위에 올려둡니다.
민수는 쪽지를 가만히 펼쳐보다가, 슬며시 주머니에 넣습니다.
본 척하지 않습니다.
민수가 의자를 당기고, 필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민수의 시간을 지내는 아이들은 한 번쯤 흔들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쪽지에 일곱 글자를 썼습니다.
힘들면 얘기해 줘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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