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한 빛, 모래 한 알 6
손가락에 가위가 붙었어요.
쓱싹쓱싹 별 하나 오리고
스쓰쓰쓱 달빛을 모아 자르면
엄마가 오는 길 환해져요.
구름을 살며시 자르면
별들이 소곤소곤 길을 내고
은빛 바람이 불어오면
밤이 조용히 내려앉죠.
쓱쓱싹싹 오린 조각을
톡토토톡 풀로 붙이면
엄마의 미소가
도화지에 하얗게 피어요.
엄마가 오기 전
잠이 들까 봐
눈을 꼭 감았다 떠봐요.
나는 가위를 놓지 않아요.
"태호야, 오늘은 엄마 일찍 오시니?"
"아니요, 지역센터 가서 저녁 먹고 있으면 엄마가 오신대요!"
대답하는 입은 저를 향해있고, 눈과 몸은 친구들을 향해 발걸음이 빠릅니다.
놀이를 좋아하는 태호는 미술과 체육을 좋아합니다.
아버지가 먼 별이 된 후, 태호는 엄마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친구들이 하교한 후에도, 가위는 태호의 친구이지요.
가위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 복잡한 테두리의 형태도 잘 오립니다.
미술시간에 콜라주를 하고 남은 라일락 빛 원피스 사진을 잘라내지요.
하얀 도화지 위에 라일락 꽃이 피는 듯합니다.
원피스를 붙인 후 엄마의 긴 머리와 얼굴을 그리고, 입술에는 연분홍 색을 칠합니다.
가느다란 손에는 루비 반지와 둥근 시계를 그립니다.
늘씬한 다리를 그리고, 파란색 구두를 색칠합니다.
깃털이 달린 보라색 모자가 있는 사진을 오려서, 엄마의 머리에 풀로 붙입니다.
태호는 도화지 속 예쁜 엄마를 바라보다,
열려 있는 창으로 하늘을 번갈아 봅니다.
노을이 사라지고, 밤이 다가옵니다.
태호는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유난히 큰 보름달이 보입니다.
태호가 잘 오린 달을 검은 도화지에 붙여 놓은 것 같아요.
아마도 태호는 가위를 손에 들고,
몰려오는 잠을 쫓느라 별을 오리고 있을 듯합니다.
잠이 오지 않던 그날 밤,
별과 달을 오려내는 태호의 가위손을 보았습니다.
글벗 되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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