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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을 위한 노래

< 시적 사물: 주름 >

by 모카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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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에도 하나님은 살아있다



거울 속 이마에 깊게 새겨진 주름을 보며

당신은 웃는다



하나님은 어디 계시냐고?

주름마다 골방을 차지하고 앉아

호두과자를 씹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주름은 늙음의 고해성사이고

세월의 장부다

당신은 오늘도 그 장부에 이자까지 더한다



웃다가 생긴 자국

울다가 새겨진 굴곡

헛살았다며 고개를 떨굴 때 패인 흔적



하나님은 주름 사이에서 여전히 산다

눈가 골짜기마다 물줄기가 흐르고

손등 마른 틈마다 다시 비를 불러온다



당신은 감히 기도한다

주름이 더 많아지기를



하나님

이 얼굴의 주름살을 성경처럼 읽어달라고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고린도후서 4:16)



부모님과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시간을 배웁니다.

주름의 켜마다 심긴 계절의 흔적이자,

자신과 가족을 지켜낸 고해성사이기도 합니다.

노인이 되어갈 앞으로의 여정엔

주름에서도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는

축복을 간구합니다.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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