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적 사물: 얼굴 >
시간에도 얼굴이 있구나
소매를 걷어 올린 아침의 이마
햇살에 익은 정오의 볼
바람에 머문 낮의 웃음
생선 굽는 냄새로 번진 저녁의 입가
퇴근길, 어깨에 붙은 먼지를 털며
뒤따라오는 빛이 나를 놓지 않는다
시간을 내 얼굴로 살아가는 일
아침 국을 끓이는 일
마른 빨래를 개켜놓는 일
창문 너머 햇빛에 눈을 찡그리는 일
책상 위에도, 내 이마에도
하루의 자국이 스며 앉는다
특별한 순간이 아니어도
일상의 온도는
표정에서 번져 나온다는 것임을
쏟아진 하루를 끌어안는 저녁
낮아진 마음을 눈에 물고 있는 순간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낯에 선연히 남아
내일의 빛이
얼굴에 물들어 있다는 것을
아침의 얼굴과 저녁의 얼굴이 달라 보이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굴에 남는다는 건 단순한 주름이 아니라,
살아온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이라는 것을요.
물려받은 얼굴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내 선택과 생각,
하루의 작은 행위들이 그 얼굴의 결을 바꿔간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얼굴을 책임진다는 건 곧 시간을 담대하게 살아가는 의미와 다르지 않겠다는
마음을 세웁니다.
오늘도 감사함으로,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걷겠습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편 90:12)
글벗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찬 일주일 보내세요!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