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물: 서리 결정>
황톳길은 비닐을 덮어쓴다
투명한 성벽
그 위에 서리결정이 눕는다
몸통은 사라지고
날개만 결로 펼친 채
길 위에 걸려 있다
지하철 역 앞에선
사람 하나가 묵은 박스를 펴고
몸의 각도를 접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집이 한 칸씩 옮겨 간다
비닐 한 겹이 길을 가리고
그 위에 하얀 것들이
붙은 듯 매달린 채
밤을 넘긴다
손도 대기 전에 표면이 먼저 운다
해가 나면
서리는 물로 가고
길 위에는
비닐의 주름만 남는다
역 앞 박스도 같은 모서리로 접혀있다
뒷산 황톳길을 보호하기 위해 덮어둔 비닐 위에서
밤새 서리결정들이 방향을 만들었다.
보호를 위해 덮어 둔 투명한 막 위에, 새의 날개처럼 걸려 있다.
역 앞에서 묵은 박스를 펴고 자리를 옮기던 노숙인의 몸짓들이 겹친다.
투명하게 얼어있는 표면 위에서, 생(生)은 더 또렷하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활력 있고 충만한 2월 보내세요^!^
사진. by mocale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