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거주자

<시적 사물: 서리 결정>

by 모카레몬


눈결정1.jpg




황톳길은 비닐을 덮어쓴다

투명한 성벽

그 위에 서리결정이 눕는다


몸통은 사라지고

날개만 결로 펼친 채

길 위에 걸려 있다


지하철 역 앞에선

사람 하나가 묵은 박스를 펴고

몸의 각도를 접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집이 한 칸씩 옮겨 간다


비닐 한 겹이 길을 가리고

그 위에 하얀 것들이

붙은 듯 매달린 채

밤을 넘긴다


손도 대기 전에 표면이 먼저 운다


해가 나면

서리는 물로 가고

길 위에는

비닐의 주름만 남는다


역 앞 박스도 같은 모서리로 접혀있다




뒷산 황톳길을 보호하기 위해 덮어둔 비닐 위에서

밤새 서리결정들이 방향을 만들었다.

보호를 위해 덮어 둔 투명한 막 위에, 새의 날개처럼 걸려 있다.

역 앞에서 묵은 박스를 펴고 자리를 옮기던 노숙인의 몸짓들이 겹친다.

투명하게 얼어있는 표면 위에서, 생(生)은 더 또렷하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활력 있고 충만한 2월 보내세요^!^


사진. by mocalemon.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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