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물: 지원서>
면접 대기실에는 의자가 먼저 와 있고
사람들은 나중에 놓입니다
나는 앉아 있고 앉아 있다는 사실만
잠깐 또렷해졌다가 다시 흐릿해집니다
손에 든 지원서는 펼쳐져 있는데
내 얼굴보다 먼저 읽힌 얼굴을 하고
유리문 너머에서 이름들이 접혔다 펴지며 사라집니다
문이 한 번 열릴 때마다
클립이 미세하게 튕기는 소리가 나고
그 소리만 여기까지 옵니다
누군가 일어서면 의자가 잠깐 비고
빈자리가 내 차례인 것처럼 앞쪽으로 놓입니다
정장은 서로 닿지 않으려 애쓰고
호흡은 각자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나는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잠깐 잊습니다
예전에 결재 서류를 넘기려다
손이 멈춘 적이 있습니다
잊는 동안에도 종이만, 대체로 정확합니다
나를 소개하기도 전에 소개가 먼저 제출되고
뒤늦게 빠뜨린 칸을 찾습니다
이름이 불리면 나는 일어서고
내 이름이 문을 통과합니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날, 새로운 나를 데리고 활기찬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