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

<시적사물: 공사장>

by 모카레몬


공사장 인부.jpg




땡볕이 쏟아지는 아파트 공사현장


헬멧 아래 이마가 번들거리고

안전모 옆에 매직으로 쓴 35가 땀에 번진다

안전조끼는 먼지와 얼룩이 들러붙어 주황빛이 탁해졌다

망치가 정을 치고 함마드릴이 콘크리트에 닿는다

시멘트 가루가 눈썹에 내려앉아, 눈이 자꾸 따갑다


등에서 나온 물이 작업복 등판을 타고 흘러

멈춘 자리마다 작은 흰점이 박힌다


입안에 쓰고 짭짜름한 것이 고인다

혀끝으로 모래가 씹히고

굳은 소리가 치아 사이에 낀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석분이 목젖에 걸렸다 내려가

한 번씩 헛기침이 난다


쌓인 피로처럼 노을이 밀려오자

사람들이 쏟아진다

어깨가 어깨를 밀어 작업복이 구겨진다


등쪽으로 비집고 나온 옷결 사이로

젖었다가 마른 물이 남긴 하얀 결정


손톱으로 긁으면 가루가 일어나 손가락에 붙는다

털어도 옮겨 붙고, 내 손끝이 자꾸 걸린다


결정이 내 살 사이에 끼어 핀 소금꽃


화무십일홍은 한번 더 지켜지지 못하고

매일매일 피어난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날의 방향이 쾌청하시길 바래요^!^


사진. pixabay.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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