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물 : 엄마>
늦게 피는 꽃들은
씨앗을 오래 쥐고 있었나보다
재촉하는 날들이
꽃송이의 날짜를 들춰도
씨앗은 손금 깊은 곳에
뿌리의 방향을 먼저 적는다
엄마의 손등에도
그런 시간이 눌려 있었다
흙은 박수를 치지 않는다
낮은 곳으로만 스며들어
어둠 쪽으로 길을 내어 준다
빛도 모르는 자리에서
씨앗은 혼자
등으로 흙을 밀어낸다
그 힘은
소리보다 먼저 오는 기척
흙 위로 올라온 것은
잎의 얇은 호흡
늦게 피는 것들은
피는 순간에도 급하지 않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잎은 천천히
상처 난 방향부터
제 얼굴을 펼친다
엄마는 그렇게
자기 체온의 맥박으로
흙냄새를 오래 품는다
대학로 무대에 오르기까지 우리는 편지를 쓰고, 가슴으로 읽었다.
마음의 젖은 자리들이 스스로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에 가까웠다.
무대의 빛은 우리를 아름답게 만들기보다 더 진실되게 만들었다.
우리는 관객과 함께 숨을 고르고 쉬었다.
객석의 조용한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고, 서로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았다.
읽고 쓰는 실천과 정신이 우리의 삶을 흘러 대학로로 옮겨졌다.
목소리로 전해진 편지는 객석의 부모와 자녀의 편지로 다시 이어졌다.
씨앗은 뿌려진 자리보다 더 깊고 멀리 뻗어나간다.
피워낸 꽃은 보이지 않는 곳에 다음 생명을 심는다.
한 계절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다시 시작하고 잇는다.
대학로에서 또 어디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글이 뜻을 내고, 뜻은 길을 만들어가고, 길은 방향을 낸다.
'가치'는 흙 속의 진주와 같아서, 보이는 사람에겐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밝고 환한 날 보내시길 바래요 ^!^
대문 사진. pixabay.
사진. by 평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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