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물: 습작 메모지>
바람이 매운 날이면
습관처럼 황태국밥집으로 간다
백 년 가게는 아니어도
자주 보는 얼굴처럼 문이 열려있다
낡은 간판 아래
누런 황태들이 바짝 말라
종잇장처럼 얇아지고
큰 솥에서 올라오는 하얀 김이
가게 안과 밖을 나눈다
다 못 쓴 칠행짜리 메모,
종이 모서리를 만지작거린다
주인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대파를 턱 얹고
새우젓 통을 툭 밀며
싱거우면 더 넣으라는 짧은 말
뽀얀 국물이 속을 한 바퀴 돌면
잔 생각은 젓국물처럼 흐물거린다
매일 불을 켜고
종일 국을 끓이고
솥이 식지 않게
하루를 같은 온도로 지키는 일
가스계량기 바늘이 또 한 칸 지나가고
손등엔 밴드 자국이 선명하다
꾹 다문 그의 뒷모습
수저통만 괜히 똑바로 세운다
짓다 만 글줄을 주머니에서 꺼내
국밥 옆에 놓는다
괜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만 끄덕이게 되는 걸
밖바람이 날카롭다
그래도 발이 간다
손바닥이 아직 뜨겁고
주머니가 비었다
'맛집'이 아니다.
가끔 들르는 황태국밥집은 365일, 늘 열려 있어서 든든하다.
단골집이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말이 별로 없는 사장님은 퉁명스럽지 않다.
성실함으로 치면 따라갈 가게가 없다.
하루도 쉬지 않고 끓는 솥을 지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다.
그 집은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괜히 숙연해진다
게으른 내가 누런 황태처럼 얇아지고 있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활기찬 새 날, 화이팅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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