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음의 체류

<시적 사물: 먼나무>

by 모카레몬


제주 먼나무* 아래에서

종일 걷는 사람이 된다


가로수 길을 걷고

바닷길을 돌고

오름을 오르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

다시 이 길로 돌아온다


붉은 열매가 불도 아닌데

저렇게 오래 붉어 눈이 시리다


바람이 오면

붉은 알갱이들이 한꺼번에 일렁인다


일렁이는 동안

나무는 더 나무가 되고

나는 더 사람이 된다


멀리서 보면 길이 붉어진다

가까이서도 붉다


잠시 서서

그 붉음을 지나간다


한 번 더 뒤를 돌아본다


멀어질수록 또렷해지는 것들만

내 감각이 안다


다시

걷는 사람이 된다




*감탕나뭇과에 속한 상록교목으로 제주도 가로수길에 많이 심겨 있음




제주를 여행 중이다.

가로수 길을 걷고, 바닷길을 돌고, 오름을 오른다.

붉은 것들이 공중에 걸린다.

그것이 나무이든 하늘이든 빨갛게 맺히는 것은

간절히 바라는 기도 같은 것들이라는 생각.

이방인의 마음도 자꾸 눈이 시리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활력 있고 충만한 2월 보내세요^!^


사진. by mocalemon.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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