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력

<시적 사물: 전선>

by 모카레몬


가로등 전선.jpg



허공에 매달린 전선 하나가

끝까지 당겨져 있다


팽팽한 장력과 마른 전류를
잠시 여민 채...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공중에서

한 줄로 매달려 있다


밤이면 가는 선은 가늘게 떨리고
잠든 전압의 털 사이로

바람이 부대낀다


스파크 하나가 어둠을 깨물고 사라질 때

제 몸을 태워 빛을 흘리는 일


단단히 감긴 정적이
오래된 신호처럼 전신을 통과한다


끊어지지 않기 위해 조금씩 닳아가고

밝히기 위해 조금씩 사라진다


전선은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집 쪽으로 흐른다


아버지는
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끊어지지 않기 위해
더 팽팽해졌던 사람


우리는 그 아래를 지나 불을 켰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활기찬 일주일 보내시기 바래요♡


사진. pixabay.

월, 목 연재
이전 13화끼니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