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물: 도마>
무지개 색 파라솔이 시장의 낯을 핥고 있다
볕이 녹아 흐르는 대낮,
등이 흰 여자가 칼을 든다
도마 위에 물을 끼얹고
비늘이 남은 자리를 손으로 훑는다
고등어 대가리를 따고 토막을 치면
둥근 무늬의 단면
칼끝이 닿는 자리부터
피는 한쪽으로 모이며 물은 흐려진다
칼날에 묻은 물기
도마 속으로 스며드는 방향
숲에서 잘린 몸이
이곳에 와서 눕는다
여자는 같은 간격으로 잘라
봉지에 담는다
겹쳐 놓인 살들이
칼이 닿는 자리에서 벌어진다
손님들은 신선하다고 말한다
여자는 칼을 씻는다
도마는 날이 닿은 만큼 무디어진다
시장기를 안은 발들,
비릿한 냄새의 방향
도마 위에서 닳아가는 것들
그녀의 손도 그 안에 있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활력 있는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사진.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