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사물 : 드라이기>
동네 목욕탕
벽에 붙은 드라이기들
불 꺼진 입을 다물고
젖은 머리 순서를 기다린다
주인은 전기요금을 셈하고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계산 없는 바람에 머리를 맡긴다
머리숱 많은 여자는
시간까지 말리며 엉덩이가 무겁고
머리숱 적은 여자는
연기처럼 가볍게 일어난다
드라이기 아랫사람들
자기 얼굴의 감독이 되어
고개를 기울이고
빗을 들어 올리고
웃음의 모양을 고친다
K는 자기 순서를 가늠하고
A는 저녁 약속을 떠올리고
N은 아직 젖어 있는 속을
말리지 못한 채 일어난다
뜨겁고 건조하고 덧없는 것들
머리끝에 매달렸다 흩어진다
머리칼이 마르는 동안
젖은 것이 가벼워지고
다 마른 줄 알았는데
물기가 남아 있다
글벗님들, 글벗 되어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읽고, 쓰고, 퇴고하며 느리게 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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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밝고 환한 날 보내시기 바래요♡
사진.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