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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밑의 우주

사물에 닿는 시 14 <돌멩이>

by 모카레몬



밟았다 돌을

찼다 발을


길에 굴러다니는 돌을 본다


뒹구는 건 나인데

굴러다니는 건 돌인데

사실은 돌이 아니라 나인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 이것인지

어디서 차이다 온 저것인지

서로 훑어본다


돌은 말이 없고

나는 말이 많다


돌은 정적의 응어리

나는 정적을 못 참는 덩어리


돌은 바닥에 있고

나는 바닥을 밟고 있고

우리는 바닥에서 만난 바닥 같은 사이


아무래도 돌이 이긴다

지고 만다

이길 수가 없다


발도 안 부딪혔는데

알아서 구르는 돌 같은 세계에서

돌처럼 입을 닫는다





사진출처> pixabay

#돌 #바닥 #우주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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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