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닿는 시 18 <오렌지>
너의 소식이 없다
반으로 가르면
완전히 갈라질 것 같아서
한참을 손에 쥐고 있었다
단단한 것은 시간이 가면
물러질 것 같아서 기다리기도 했다
잘라낼수록 더욱 진해지나 보다
껍질을 베어낼수록 밀려나는 속은
뭉개지기도 하고 터지기도 한다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소나기에
빨래가 젖는 것처럼
순식간에 적셔질지 몰라서
장마가 길어질지 몰라서
벗겨내고 분리해 낸
오렌지 껍질과 속을 잘게 다지고
설탕과 졸인다
끓는 냄비 속
단맛과 쓴맛이 침투하고 녹고 퍼진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바람을 들이면서
뜨거운 온도를 식힌다
진득하게 농축된 마멀레이드와
기억에 부유하는 네 웃음을
빵에 펼쳐 바른다
너에게 전할 단 한 마디까지 버무려서
한 번도 씹지 않은 것처럼 삼킨다
오래도록 단내가 나겠다
*마멀레이드> 오렌지나 레몬 따위의 겉껍질로 만든 잼
글벗이 되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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