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닿는 시 17 <복사기>
아버지는 땅을 닮았고
나는 아버지를 닮았다
내 아이도 나를 닮아 간다
들풀은 바람을 카피해 흔들리고
새는 구름을 따라 날아 다니고
저 들판에 흔들리는 잎사귀도
먼 옛날 누군가가 심었던 씨앗의 사본이다
장작불은 태양을 굴뚝 연기는 안개를
소는 들녘을 대지는 광야를 인용하며 살아간다
밤이 낮을 품었다가 낮이 밤을 물려주고
세상은 마을을 편집해 오래도록 이어간다
새벽달이 울면 또 하루가 태어나고
농부의 손이 논바닥을 필사하는 동안
나는 흙을 밟고, 흙을 만지고, 흙을 복제한다
그러므로 내 삶은 땅의 표절이다
아이는 나를 따라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따라 지우고
아버지는 흙 속에 누웠다
이제 원본을 찾을 수 없다
글벗이 되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창조하는 하루 보내세요!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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