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따뜻한 콜드브루를 주문한다.

Hot Cold Brew 파는 곳 제보바람~!

by Mark

마흔(이라고 쓰고 깜짝 놀란다)을 넘어서 언제부터인지 아이스커피를 꺼리게 되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내는 팀장이 되고 나서 신경성 증상이 많아졌는데 그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카페에 가면 항상 따듯한 음료를 찾게 된다. 무거운 머리를 애써 돌리기 위해서는 결국 카페인에 의존하게 되기에 음료 종류는 커피이다.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기분이 좋아지도록 덜 쓰고 단 종류를 고르고는 한다. (이성이 있을 때는 체중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냥 까맣고 쓴 종류로 주문한다.)


한 때 커피 맛을 따질 적에 콜드브루 맛에 환장했던 짧은 기간이 있었다. 마치 한 방울 한 방울 세월을 마시는 느낌과 그 미끈한 맛에서 마치 대항해시대의 범선에 탄 느낌을 받고는 했다. 그냥 그랬고 그냥 좋았다. 그냥 취향이다.


가끔 머리회전은 안되는데 그런 나만의 기호가 당길 적이 있다. 주문 카운터 앞에서 "콜드브루 따뜻한 거요~!"를 자신 있게 외쳤다가 이상한 눈초리에 농담인양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에는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이나 (HOT)이라고 쓰여있는 콜드브루를 찾다가 혼자 민망해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커 잘 알 한 분이 알려주시기를 원액추출방식이 콜드브루일 뿐 따뜻한 물에 타먹으면 되고 그런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단지 본인은 콜드브루의 풍미는 찬물에서 더 잘 느껴지기에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콜드브루를 전자렌즈에 돌려봤다. 음... 내가 좋아하던 미끈한 맛이 좀 더 밍밍하게 다가왔다. 나쁘지 않네. 좀 더 올드한 콜드브루가 이런 맛일려나! 하는 감상이었다.


서론이 좀 길었다. 가끔 주문하곤 하는 "따뜻한 콜드브루"는 사실 내가 추구하는 조직의 본질에 가깝다.

“찬 기운으로 추출했지만, 따뜻한 온도로 완성되는 한 잔. 조직도 이렇게 모순을 품을 때 깊은 풍미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서로 상반된 것이 공존할 때, 우리는 독창성이라는 차별점을 가질 수 있다.


1. 효율과 효과가 공존할 때 성과가 극대화된다. 다른 표현으로는 속도와 방향성이 모두 맞아야 올바른 목적지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

2. 효율과 실험이 공존할 때, 또는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와 과감한 베팅이 함께 할 때, 공룡도 스타트업의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3M의 15% Rule이나 AMAZON의 Two Pizza Team을 예로 들 수 있겠다.

3. 집중과 분권이 공존할 때, 조직문화의 코어는 유지하면서 의사결정은 사업단위로 할 수 있다. 하이얼의 마이크로기업들은 조금은 극단적이나마 예라 하겠다.


이렇게 거대한 회사들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인간 자체가 모순덩어리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네만(행동경제학의 시조라고 하지만 난 심리학도이기에 심리학자라고 생각한다)이 이미 인간의 의사결정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비합리적인 인간들의 집합체인 조직이 어떻게 모순이 없을 수 있을까? 최소한 조직의 모순을 억지로 한 방향으로 펴려는 노력은 허무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은 예상해 보자.


구성원들은 보상은 많이 받고 싶으면서 보상결정구조는 투명하게 공유해 달라고 한다. 투명하게 공유되는 보상구조를 가지고 개개인이 더 많이 받을 수는 없다. 파이의 크기는 의사결정하는 그 순간에는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정된 파이 아래에서 누가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보상이 추구하는 여러 목적 가운데 큰 덩어리인 모티베이션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보상의 투명성은 예측가능성에 따른 수용성과 성과를 내도록 동기부여하는 것에 있다. 내가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 투명성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보상담당자들의 생각일 뿐이고, 입장 바꿔 생각하면 누군들 이런 것들이 궁금하지 않겠나


현재 조직의 모순을 받아들이고 아주 작고 뾰족한 지향점을 하나씩 하나씩 밟아 나가는 것이 오늘은 더뎌 보일지언정 1년 후 3년 후 10년 후에는 태평양을 횡단하고 있을 것이다.


모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다 보면 또 다른 정반합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가끔은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한다. 가끔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오늘도 환장하기는 한다. 그래도 건강을 위해 소주보다는 커피를 선택하자.


오늘도 속 시끄러운 우리 HRer들에게 핫콜드브루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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