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을 잘하고 있는 당신! 당신이 변화의 "적폐"

by Mark


“적폐” 라는 말 듣기는 커녕 읽는 것 만으로도 소름끼치도록 싫은 말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HR이 듣는 말입니다. 주로 CEO, DX 또는 사업부서 등 변화의 모멘텀이 HR 외부일 때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는 HR, 시대의 변화를 모르는 HR 등 표현을 완화하더라도 의미는 유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 HR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안타깝게도 정말 저러한 비난이 사실인 경우가 있습니다.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영업부서와 사업부서가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동안에도 재무와 기획부서에서 숫자 하나하나를 회사에 유리하게 해석되도록 공들일 적에도, HR부서에서는 매일 공들여 바쁘게 지내지만 어제와도 지난달과도 지난해와도 변함없이 하던 일만 묵묵히 하는 것이죠. 그렇게 야근도 하고 바쁘게 지내는데 억울하게도

"올드하다고",
"고민이 없다며",
"구성원들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은 채 편한 방식으로 일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억울하지만 가슴 한켠으로는 그런가? 싶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난이 일정부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HR부서는 스텝 중에서 스텝입니다. 비즈니스를 하나도 몰라도 채용을 하고 급여를 집행하고, 평가와 승진과 같은 성과관리 및 노무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무척 바쁘게 말입니다.


회사라는 조직은 무엇보다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 목표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많은 부서들이 있습니다. HR도 그 가운데 하나여야 합니다. 하지만 간혹 우리는 우리가 속한 조직의 목표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기 보다는 눈 앞에 쌓여 있는 task에 함몰되어 목적성 잃은 야근에 휩싸이고는 합니다. 이 일을 왜 해야하는지, 무엇을 위해 해야 하는지를 잠시라도 잊는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척이나 공허해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의 대상은 통상 우리 구성원들입니다. 고객만큼 관심과 애정에 민감한 집단이 또 있을까요? 건성으로 행동하는 상인을 알아채는 것은 고객이라면 무척 쉬운 일입니다. 이러한 HR에게 보내는 비난은 억울해하기 보다는 달라졌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HR이 가지고 있는 변화에 대한 방향성과 다른 방향성을 외부의 변화 모멘텀이 가지고 있을 때입니다. 아마도 그 외부의 변화 모멘텀의 영향력이 훨씬 큰 상황이기에 HR이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DX부서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tool의 변화나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하여 HR이 개인정보의 문제라던가 기존의 일하는 방식의 효율성을 대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상적으로 HR에서 이끄는 변화는 개선에 가깝고 외부의 변화는 혁신에 가깝다고 할 때, 이런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HR내부에서는 우리가 틀리지 않았는데 너무 지나치게 레거시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하기 어려운 가치의 문제이기 쉽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한 쪽에 손을 들어주자면, 영업 또는 비즈니스에 가까운 부서의 자발적인 변화에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보통 프론트라 불리우는 고객 접점 또는 사업 일선에서의 변화는 회사에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HR은 회사 내에서 비즈니스로부터 가장 먼 부서 중에 하나입니다. HR 외부에서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 보수적이기 보다는 기대보다 큰 호응과 지지를 주는 것이 회사 전체의 시각에서 더 유의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HR이 CEO의 시각에서 보려고 할 수록 이러한 선택을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셋째의 경우가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너무 일을 잘 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문제는 영업에서 세무에서 사업에서 일어나지만 HR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을 잘 했기 때문인데 HR 외부에서 볼 때에는 일이 없는 부서처럼 보입니다. HR이 급여 주는 것 말고 뭘하는게 있어! 뭐 그런거 조금 있다고 해도 별거 아니라서 해결못하는게 바보지. 등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 지금까지 고생해서 무마해온 일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화가 머리끝까지 납니다. 그렇지만 그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죠. 소수의 매니지먼트 외에는 알아서도 안되는 일들이 참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굳이 HR이 처리한 일들을 구성원들에게 하소연하듯이 이야기하기에는 그 성격이 맞지 않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하소연도 못하는데.


HR부서에서는 항상 구성원들에게 “세상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라고 합니다. VUCA의 세상이 왔다고 외쳐온지도 10여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세상이 변화하니 끊임없이 공부하고 대비하라고 선전관이 되어 떠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우리는 그렇게 준비하고 공부하고 대응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HR부서에서는 이야기합니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한 가지 뿐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세상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매니지먼트 역시 그다지 변화지도 준비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위기의식이 없다면 위기의식을 불어넣어줄 필요성이 있습니다. 구성원이나 매니지먼트만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도 말입니다.

없던 위기라도 만들어내야 변화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위기를 만들어내라는 말이 아니라 위기상황을 명확하게 스스로와 매니지먼트에게 인식시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리소스와 신뢰를 얻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를 통해 변화를 창출해내기를 바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의 생각보다 우리를 더 민첩하고 기민하고 많은 학습을 하게 되고 더 많은 전문가들을 찾게 합니다. 위기는 매니지먼트 뿐만 아니라 우리를 각성시킵니다.


적당히 넘기기보다 위기를 명확히 인지하고 보고하고 준비하면서 HR의 역할을 매니지먼트에게 상기시키면 우리는 단지 말로만 하는 Change Agent가 아니라 Risk manager로서 또 다른 기회를 엿보는 진정한 사업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내부의 노무 이슈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보고하고 해결해냄으로써 신뢰를 얻게되면, 외부의 M&A 등 DD상황에서 자문을 맡게 되고 중요한 사업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이해관계자로서의 역할을 어느 순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다소 과장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HR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이상 되는 HR조직의 경우 이와 유사한 상황을 이미 겪어왔기에 그 영향력을 현재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스스로에게 한번 문의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지나치게 일을 잘하고 있어서 오히려 HR의 중요성을 못느끼는걸까?”

위기상황을 정면에서 받아보고 해결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고하고 신뢰는 얻는 것.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도록 너무 일을 잘하지 말고 어려움을 호소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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