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상화폐의 시작.
지금의 이 미친 현실을 만든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
정확히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 하나.
그 이름도 실명인지, 조직의 이름인지,
지어낸 가명인지조차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 사람(혹은 그 집단)이 만든 시스템이
세계 금융을 뒤흔드는 핵심 구조가 되었다는 것.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비트코인은 총 2,100만 개.
지금까지 수많은 거래가 이루어졌고,
채굴이 되고, 또 거래되고,
지갑에서 지갑으로,
어떤 건 이미 소멸되고,
어떤 건 잊힌 채 잠들어 있다.
나도 최근에야 알았다.
100만 개가 넘는 비트코인이
아직까지도 채굴되지 않았다는 것.
그중 일부는
‘사토시’가 직접 보관하고 있을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
어딘가에서
그가, 혹은 누군가가
그 비트코인을 ‘현금화’할 수도 있다는 상상.
단순한 음모론처럼 들리지만,
지금 내가 겪는 이 일련의 상황 속에선
충분히 현실 같은 이야기였다.
문득 드는 생각.
그 100만 비트코인,
그 천문학적인 금액이…
어째서 내 계좌에 들어왔던 걸까?
내 계좌는,
몇 년 전 테스트 삼아 만들고
그대로 방치해둔 가상화폐 지갑이었다.
접속도 거의 안 했고,
신원 인증도 엉성하게 해뒀던,
잊힌 계좌.
그런데,
중국 스파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내가 그 지갑에 접속하고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
그 말은,
누군가가 이미 그 계좌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는 뜻.
그러면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중국이,
아직 채굴되지 않은 비트코인을
어떤 방식으로든 해킹했고,
그걸 숨기기 위해
‘죽은 계좌’에 잠시 보관했다.
그게 하필
내 계좌였던 것이다.
단지 무작위였을까?
아니면,
내 계정이 특정 조건을 만족시켰던 걸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그 돈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냥 지나가던 파도처럼
내 계좌를 스쳐 지나갔을지도.
하지만 나는,
그걸 건드렸다.
단지 호기심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그랬다.
호기심이었다.
현실감 없는 숫자,
믿기지 않는 자산.
그래서 일부를 이체해봤고,
1 BTC를 팔아 현금으로 바꿔봤다.
그게 전부였다.
정말 그게 전부였다.
나는 윤강현에게 긴 문자를 보냈다.
더 이상 감추고만 있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중국이 비트코인의 채굴되지 않은 영역,
혹은 어떤 취약점을 이용해
엄청난 자산을 확보한 것 같습니다.
그 중 일부, 아니 상당수가
제 계좌로 이동한 걸 보면
아마도 은닉 혹은 세탁 목적이었을 겁니다.
저는 단지 오래된 계좌였고,
운이 없게, 거기에 걸린 겁니다.
…일부 금액을 이체하긴 했지만,
처음엔 진짜인 줄도 몰랐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 문장은 유난히 강조하고 싶었다.
100조 원이 넘는 금액.
내가 만져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었던 숫자.
그게 지금,
나 때문에
세계 어딘가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중국 스파이.
암호화폐.
사토시 나카모토.
채굴되지 않은 자산.
그리고…
“나.”
나는
그 모든 것을 잇는 연결고리로 변해버렸다.
13. 너무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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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큐비트 프로토콜] 11. 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