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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큐비트 프로토콜] 24. 삼각동맹

by 백기락



침묵이 무거웠다.
한참을 기다린 뒤, 저우호준—이제는 스스로 **'스즈키 마코토'**라 밝힌 사내가 입을 열었다.

“조건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이번 작전에서, 비트코인의 절반을 요구합니다.

윤강현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그의 말이 끝났지만, 설명은 시작일 뿐이었다.

“미국이 원하는 건 분명합니다.
백준기 씨를 통해, 100만 개의 비트코인 전체를 회수하는 것.
그 자산은 가상화폐 시장 전체의 균형을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시장 주도권, 암호화폐 생태계의 표준,
그리고 가장 중요한—신뢰.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다릅니다.
우리는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의 블록체인 기술 선도국으로 다시 올라서야 합니다.
초기 몇 번의 거래소 해킹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그로 인해 전략적 리더십을 놓쳤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공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그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찬스가 생긴 겁니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기기 하나를 꺼내
무언가를 스캔한 뒤 화면을 껐다.

한국의 거래소, 우리는 줄이길 원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한국과 협력해서,
미·일·한 삼국이
블록체인 생태계의 ‘안정적 축’을 형성하길 바랍니다.

그는 말했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과거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균열을 통제 가능한 방향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절반이면 충분합니다.
우린 미국과 협의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를 가질 수 없다는 걸 미국도 알고 있고,
우리가 절반을 가져가면
자존심도, 동맹도 유지됩니다.
윗선에서 충분히 조율할 수 있습니다.

윤강현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예리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아직 말은 없다.

스즈키는 말을 이었다.

나는 현장 요원입니다.
내 임무는 당신들을 돕는 것입니다.
정보, 경로, 보호,
그리고 남은 중국 조직을 함께 붕괴시키는 것.

그의 말은 단호했다.

“당신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지금 중국은 매우 빠르게 진입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고,
그들의 습격은 일단 시작되면—막을 시간이 없습니다.
나머지 비트코인도 탈취하거나,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백준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국 없이 가능한가요?”

불가능합니다.
스즈키는 단호하게 말했다.

“**국제 외교적으로, 군사적으로, 기술적으로—
한국 내에서 경찰, 정보, 금융망에까지 침투한
중국계 조직을 막으려면,
미국의 명시적 개입 없이 불가능합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는, 놀라운 말을 이어갔다.

윤 강현 요원.
당신의 상관—‘이정석’.
그분의 활동은 훌륭합니다.
하지만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우린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름이 언급되자,
윤강현의 눈빛이 날카롭게 흔들렸다.
감정이 아니라 판단의 떨림.
그건 정보의 정확성과 위협의 실재성을 모두 가늠할 때 생기는 반응이었다.

“그 분의 방식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떤 국가도 단독으로 움직일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제야, 윤강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을… 어떻게 믿지?”

스즈키는 조금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여기 온 걸 생각해 보세요.
중국 내부에서 수년을 준비해온 이중 스파이,
그 신분을 내려놓고,
내가 한국에 와서 당신에게 제안하는 것 자체가,
내 전부를 던진 겁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내리며 말했다.

스즈키 마코토.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소속.
조회해보면 나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윤강현은 천천히,
하지만 확고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삼국은 하나로 묶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틈을 노리는 중국의 마지막 카드가—
지금 어디서 날아올지를
예측할 수 있을까.

아직 답은 없었다.
하지만 판은 굳어지고 있었다.



23. 이중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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