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설:큐비트 프로토콜] 25. 드러난 비밀

by 백기락


“어떻게… 단순한 구두 약속을 믿으라는 거지?”

윤강현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그는 여전히 총을 내려놓지 않은 눈빛으로,
스즈키 마코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스즈키가 말했다.

“놀라실 수도 있겠지만,
일본 정부는 이미 백준기 씨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해킹 작전의 과정에서
당신의 계좌가 선택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백준기가 멈칫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스즈키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중국도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계좌 선택 과정에서 너무 정교한 흐름이 발견되었고,
그들이 사용하는 내부 분석 자료에선
‘누군가 개입했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내부자의 소행,
중국은 그렇게 판단했고,
작전 속도가 잠시 느려진 것도 그 때문입니다.”

윤강현은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 말대로라면, 지금 우린—기회를 가진 겁니다.”
스즈키는 담담히 말했다.

중국은 백준기 씨의 정체를 확인하기 전까지,
남은 2천만 개 비트코인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죠.
대비하고, 먼저 움직이는 것.



“그리고—”
스즈키는 말을 이었다.
왜 그가 선택됐는가.
그에 대한 일본 상부의 판단은 단순합니다.
이 인물은,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아직 말해지지 않았지만,
저는 지시에 따르고, 신뢰하고 움직일 뿐입니다.

윤강현은 백준기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오래도록.

“…평범하지 않군요.”
“적어도 이번 사건 안에선 말입니다.”
그는 말했다.

“당신은 핵심 인물이자,
이 시스템의 고리입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그 순간,
스즈키 마코토가 조용히 말을 잇는다.

자, 진실을 드리죠.



“중국은 지난해,
양자 컴퓨터, 슈퍼컴퓨터, AI, 그리고 해외 스파이 조직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목표는 단 하나—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의 해킹입니다.

수년 간의 해킹은 전부 사전 테스트였고,
그들은 ‘채굴 없이 비트코인을 건드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전,
그들은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한국,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의 네트워크에
정보 요원들을 배치했고,
한국 내에서는 NK은행에 침투했습니다.”

“거기서—
국내 거래소 계좌들을 해킹하고,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탈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스즈키는 백준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그걸 가로챈 겁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그 순간에.”

당신의 계좌로 들어온 비트코인을
당신은 그 자리에서,
다른 계좌로 즉시 옮겼습니다.

백준기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숨을 가쁘게 쉬었다.

“그리고 그 계좌는—
이미 수년 전에 사용이 멈춘,
거의 폐쇄된 상태의 거래소에 연결된 계좌였습니다.

“그로 인해,
중국도, 미국도
그 비트코인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하는 데 실패했고,
지금도 미국은 해당 시스템을 복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게—우연의 일치처럼 보입니까?”

스즈키는 고개를 젓는다.

이건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당신이 선택된 겁니다.
그리고 그 의도는—
지금 중국 작전에 결정타가 되었습니다.



정적.

백준기의 얼굴엔
혼란인지, 경악인지 모를 감정이 떠올랐다.
하지만—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지 않았다.

그 순간,
윤강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이정석 사장’**의 문자였다.

[백준기에 대해 미국이 움직였습니다.
우연한 인물로 보지 않고,
핵심 인물 중 하나로 간주하는 듯합니다.
미국 쪽에서도 곧 연락이 올 겁니다.
일단 몸을 피하세요.
제가 더 알아보겠습니다.]

윤강현은 그 문자를 조용히 닫고,
다시 백준기를 바라봤다.

“…준기 씨.
지금은, 일단 움직입시다.
피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이동입니다.

백준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즈키가 무언의 시선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조용히 말했다.

제 차로 모시겠습니다.
이동 중 상황 설명을 더 드리죠.
그리고…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문이 열리고,
다시 어둠 속으로 발소리가 사라져갔다.

이제, 다음 이동은
한 명이 아닌 셋이었다.

ChatGPT Image 2025년 3월 27일 오후 07_40_51.png

24. 삼각 동맹

https://brunch.co.kr/@bestaicoach/161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설:큐비트 프로토콜] 24. 삼각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