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순간부터
우리는 쫓기고 있었다.
새벽 3시, 도심을 빠져나가기 위해
스즈키 마코토가 미리 준비한 차량으로 갈아탔다.
경찰 순찰차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은 CCTV 너머에 있었다.
우회전을 반복했고, 일부러 신호도 어겼다.
윤강현은 뒷좌석에서 노트북을 켜고 있었고,
도로망 분석 프로그램과 동시에 서울시 CCTV 관제 위치를 수동으로 추적하고 있었다.
“여기… 우릴 보고 있어.”
윤강현은 짧게 말했다.
“분석 속도가 인간 수준이 아니야.
AI 기반 CCTV 실시간 객체 추적.
중국이 이미 관제권 일부를 먹었어.”
스즈키는 짧게 욕설을 내뱉으며, 방향을 급히 바꿨다.
그리고—
첫 총성이 들렸다.
뒤에서 차량 한 대가 추월하듯 붙으며,
차창 너머로 기관단총 형태의 무언가가 깜빡였다.
“뒤쪽, 조심!”
스즈키가 외쳤고,
윤강현은 좌측 문을 젖히며 반사적으로 응사했다.
기습이었고, 매복이었다.
경찰 관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받은 상대는
우리를 도심에서 도려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좌측 골목에서 또 다른 총격.
한국 정보사 요원 두 명,
비공식 채널로 투입된 ‘차단조’였다.
그들도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진짜 전면전이었다.
좁은 골목.
건물 외벽 사이로 빠르게 회피하던 중,
윤강현은 허리 쪽을 스쳤다.
소리가 없었다.
하지만
붉은 얼룩이 옷 안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윤 요원—!”
백준기가 그를 부축했다.
그의 몸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총알은 명확히 살을 긁었다.
“아직… 괜찮아.”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눈빛이 흔들렸다.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
지금은… 죽을 수 없다.
건물 뒤편 창고 안.
잠시 숨을 돌린 그때,
백준기가 휴대폰을 꺼냈다.
“윤 요원.
이 노트북, 미국 측에 넘길 겁니다.
지금, 우리가 보호받지 못한다면.”
“무슨 말이지?”
“이 안에는 지금까지 움직인 코인 흐름,
탈취 경로 일부,
그리고 중국 측 추적 방식에 대한 로그 일부가 들어있습니다.
이게 넘어가면,
중국은 그대로 복구할 수 있고,
세계 시장은 무너질 겁니다.”
스즈키가 고개를 돌렸다.
“준기 씨—지금 그걸 미국에?”
“그렇지 않으면, 우린 죽습니다.
그들도 그걸 압니다.”
그는 짧은 메시지를 암호화해 전송했다.
수신자는 미국 정보국의 국내 통신 채널.
[우리를 보호하지 않으면,
이 정보는 상대 쪽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지금 선택하세요.]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차량 한 대가 외곽에서 도착했다.
미국 요원들.
평상복 차림이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군인이었다.
“이동하죠.
당신들은 지금,
우리 쪽 보호 우선 명단 1순위입니다.”
차에 탑승하자마자
뒤편에서 총성이 멀어졌다.
중국 요원들이,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었다.
미국 요원 한 명이 무전기를 잡았다.
[대상 확보.
교차로 진입 전.
후방 청소 진행.]
**
그러나—
같은 차량 안에서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본국에서 ‘회수 작전’ 승인.
대상 접근, 준비 시작.]
윤강현은 그 문장을 가만히 읽었다.
**미국은 도와주고 있었지만,
동시에…
백준기를 ‘회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이제,
적과 아군은 경계가 아니라, 순서였다.
이곳은 목숨을 건 스파이들의 세계이고,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이 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죽고 싶지 않은… 죽더라도 기억될 수 없는…
25. 드러난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