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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큐비트 프로토콜] 28. 도박

by 백기락


“……이건 도박입니다.”
스즈키 마코토의 말에
백준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압니다.
하지만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우린 여기서 끝납니다.

윤강현은 손등의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다시 설명해 봐.
그 아이디어,
구현 가능성은 낮다던데?”

백준기는 모니터를 가리켰다.

우리가 만든 가짜 블록체인 체계,
정확히는 ‘비트코인 유효 거래 정보처럼 보이는 이중 서명값’을
글로벌 네트워크에 뿌리는 방식이에요.”

“중국의 AI+양자 해킹 체계는 ‘침투와 탈취’에 최적화돼 있죠.
하지만—‘속이기’는 못합니다.
그건 전체 블록체인 시스템의 과반이
이 가짜 데이터를 진짜처럼 받아들여야만 가능합니다.”

“불가능하다는 거잖아.”
스즈키가 말했다.

“일반적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죠.”

백준기는 시선을 들어 두 사람을 바라봤다.

지금 전 세계 주요국—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은
각자 자국의 블록체인 보안과 감시를 위한 AI 시스템을
수년 전부터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었을 겁니다.

“모두 같은 시기, 같은 위협에 대응하며,
비슷한 구조에서 출발했어요.
그러니 지금 이 위협은,
그들 모두에게도 ‘자기 생존의 문제’일 겁니다.



“……이걸, 그들에게 제안하자?”

전 세계 시스템을 함께 속입시다.
중국을 속이기 위해서요.
그 결과로,
중국은 시스템 전체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겁니다.
그 피해는,
정보전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겠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국은 지금처럼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될 겁니다.”



정적이 흐른다.

스즈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일본 쪽으로 연락하죠.”

윤강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상부에도 보낼게.
당장 미국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해.”

백준기는 중국 AI 모니터링 화면을 가리켰다.
중국 쪽 시스템이 아직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어요.
이 ‘위조 서명값’을 ‘노이즈’로 처리하고 있어요.
대략… 20분에서 30분,
그 이상은 못 버팁니다.”

“그 시간 안에,
우린 다른 국가들을 움직여야 해요.”



20분 남짓.
긴박한 통신.
비밀 채널.
암호화된 문서.
정제된 시나리오 설명.

그 와중에도 백준기는
모니터 너머의 중국 시스템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AI, 저항 중이야.”
그가 말했다.

“지금은 가짜 데이터를 필터링하고 있지만,
곧… 혼동 상태에 들어갈 겁니다.
서로 다른 해시 충돌 값을
‘유효하지 않은 진짜’로 인식하게 되면…”

“그땐—알고리즘이 스스로를 검열하기 시작하겠죠.
그리고 그게 바로—
시스템 오류의 시작입니다.



10분이 지나고—
미국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동의한다.
작전 개시를 승인.
EU, 일본, 캐나다 등 주요 국가도 동의.
각국 감시 AI 시스템, 비공식 프로토콜 하에 연계 예정.”

윤강현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됐다.”

스즈키는 백준기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디어… 성공률은?”

백준기는 조용히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선,
이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해답이에요.
그리고—
우린 그걸 해낼 수 있어요.



그 순간,
각국에서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AI 감시 시스템들이
동기화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시스템의 깊은 곳에서,
서로 다른 서명 체계들이 정렬되고,
이중 서명이 동시에 뿌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 시스템은 아직,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둥—
정적.
긴장.
카운트다운.

이제 이 도박은
전 세계가 함께하는 작전이 되었고,
그 중심에 백준기가 있었다.


27,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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