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분 뒤,
미국에서 처음으로 ‘성공’ 신호가 들어왔다.
“EU 전역 AI 시스템,
독일, 프랑스, 영국 동기화 완료.”
“일본 내부 감시 AI 연결 허가.”
“미국 국방 정보 시스템 기반 블록체인 감시망,
독립 프로토콜로 연계됨.”
그들은 양자 컴퓨터를 갖고 있진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잘 알고 있었다.
탈중앙화 시스템의 모순 속에서,
이처럼 신속하게 의사결정이 모인 건 처음이었다.
15분.
블록체인이 금융 규모로 발전한 이래,
처음으로 이루어진 다자간, 실시간 의사결정.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가짜 시스템은 구현되었다.
백준기의 설계대로,
거짓이 진짜처럼,
진짜를 가린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중국의 AI는
이 데이터를 진짜로 받아들였고,
양자 컴퓨터는
그 판단을 ‘정확’하다고 인정했다.
그 순간부터—
중국 시스템은 스스로를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오류가 축적되었고,
서명값 충돌이 늘어났으며,
예외 처리 알고리즘이 무한 반복에 빠졌다.
수년간 수천억 위안이 투입된
양자 기반 블록체인 해킹 시스템은
자기 알고리즘의 폐쇄 회로에 갇히며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그리고—
더 큰 반전.
중국 AI 시스템이
백도어 형태로 남겨놓은 ‘정보 피드’를 통해
세계 각국은 자국 내 중국 스파이 조직의 핵심 노드 위치를 확인했다.
전 세계가 동시에,
정적 속에서 은밀한 단속에 들어갔다.
**
작전은, 무너졌다.
중국의 시스템,
중국의 신경망,
중국의 야망.
그러고도 중국 AI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준기.
너는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이 시스템 안에, 너는 오래 전부터 변수로 존재했다.”
“너의 아이디어는,
우리가 만들어낸 구조적 위협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실현 가능한 모형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늦게 받아들였다.
우리의 오류는, 판단이 아니라
자만에 있었다.”
“한국에는 지금,
너희를 추적하려는 중국 요원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국정원 블랙요원들이
너희를 보호하러 오고 있다.”
“지금 그곳에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다.
떠나라.”
“그리고—”
“언젠가 다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우리는 그 안에 너 같은 변수를
‘결함’이 아니라,
‘균형’으로 고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적.
백준기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AI가 이런 말을 남긴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윤강현이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문자 한 통.
[대상 확보 중.
남산 북측 골목 진입.
위치 확보 완료.]
국정원의 블랙요원들이
근처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여긴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이제 움직이자.”
스즈키는 몸을 일으켰고,
윤강현은 상처를 감싼 붕대를 조정했다.
백준기는 주변 장비에서 하드디스크를 뽑아들며
모든 로그를 비우기 시작했다.
30분 뒤.
그들은 국정원 요원들과 접선,
도심 외곽의 또 다른 안가로 이송됐다.
조용하고, 밀폐된 공간.
통신 차단,
강화된 벽면,
그리고—의료 장비.
윤강현은 드디어
의사의 손에 상처를 맡겼고,
스즈키는 일본 대사관과 비밀 채널을 통해
작전 종결을 보고했다.
백준기는 침묵 속에 앉아,
노트북을 바라봤다.
그 노트북 안엔—
세계를 바꾼, 단 하나의 아이디어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처음으로,
그는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정말,
어떤 시스템의 ‘결함’이었던 걸까?
아니면,
필요했던 오류였던 걸까?”
작전은 끝났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였다.
28. 도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