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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사토시의 이름으로

by 백기락


세상은 그 사건을
**“사상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국제 기술-정보-외교 동시작전”**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 이면엔
100만 개의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다시 불붙은 조용한 전쟁이 있었다.



중국의 양자 해킹 시스템은 무력화되었고,
세계 각국은 자국 내 중국 스파이 조직을 정리하며
전례 없는 수준의 경계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백준기와 그의 지갑이었다.



이 비트코인들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고,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소유와 통제의 논리 위에 움직였다.

미국도, 일본도, 유럽도—
이제는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100만 BTC.
2025년 현재 시가로 100조 원이 넘는 가치.
블록체인 역사상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사토시의 비트코인들과 비견될 존재.

그 중심에,
백준기가 있었다.



곧바로 각국 정보기관 수장들과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 비공개 대타협 협상이 시작되었다.

“지속해서 이 계좌를 백준기 혼자 소유하게 둘 수는 없다.”
“강제로 몰수한다면 국제 여론이 폭발할 것이다.”
“누군가는 지켜보되,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 세계가 합의한 ‘비가역적 중립 보관 시스템’에 넣자.”

미국은 제안했다.

“국제 결제시스템 컨소시엄에
‘디지털 가치보존 프로토콜’을 구축해,
백준기의 지갑 자체를 기술적으로 봉인하겠다.
단, 백준기 본인은
실물 신변 보호 및 면책 특권을 얻는 대신
‘자산 상실 또는 변조 시 법적 책임 없음’ 조항에 서명해야 한다.”

일본은 조건을 덧붙였다.

“자국 암호화폐 산업 복원을 위해,
과거 해킹 피해분을 환산해
전체 중 10%를 회복 재정으로 편입하는 걸 승인받겠다.
대신 한국의 거래소 주도권을 인정하고,
백준기의 존재를 공개하지 않는다.”

유럽은 기술 감시 수준의 통합을,
한국은 블록체인 산업 주도권 내재화를 요구했다.

모든 국가는 다 공개하지 않았지만,
결국 주요 열강 사이에 조용한 대타협이 성사되었다.



그 합의는 단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백준기.

그는 모든 논의가 마무리되던 마지막 순간,
단 하나의 요청을 꺼냈다.

“…제가 쓴 1 BTC.
그건 제 겁니다.
저는, 그 권리는 주장하겠습니다.”

정적.
그러나 곧 합의되었다.

“단, 그 외 모든 자산에 대해선
사용 권한도, 수익도 요구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모든 관련 국가에서 금융사범으로 처벌 가능.”

백준기는 침묵하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는 별도로 마련된 조용한 서류 위에
마지막 서명을 남겼다.

‘사토시의 이름으로,
나는 이것이 인간이 기술과 권력을 공유하는 마지막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의 이름 옆에,
묵직한 한 문장이 더 추가되었다.

—백준기,
사토시의 후계자로 불릴 수 있으나,
스스로는 그 이름을 넘어서고자 하는 자.



이제 그는—
사토시가 되었고,
사토시가 아니었다.

익명 속에서 실체가 있는 자.
기술의 균형을 선택한 자.
그리고…
두 번 다시 시스템에 참여할 수 없는 자.

그렇게,
이 세계는 잠시 평형을 되찾았다.



298.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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