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 전송만 남았다.
전 세계 17개 국가가 공동으로 감시하고,
각국 중앙은행급의 보안 AI가 상시로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자산 신뢰 연합 저장소’**에
100만 비트코인이 이체될 준비가 끝났다.
수신자는 없다.
계좌는 있지만,
지배자는 없다.
단 한 사람만이,
최종 전송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윤강현과 스즈키 마코토,
두 명의 요원이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노트북 앞에 앉은 백준기.
수초간 망설였다.
“…이걸 전송하면,
진짜 끝나는 거죠?”
“그래.
그 대신 너도 자유가 된다.”
“정말… 사토시가 되는 건가요?”
윤강현은 웃으며 대답했다.
“사토시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거지.
사토시는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만든 사람이었으니까.”
백준기는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커서가 깜빡였고,
비트코인 지갑의 잔액이 화면에 떠 있었다.
BTC 999,999.
보유 계좌: [Private]
전송할 주소: [Global_Watch_Vault_001]
그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 짧은 알림.
[전송 중…]
[블록체인 확인 중…]
[다국적 노드 서명 인증 완료]
[이체 완료]
“…끝났네요.”
백준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빛 어딘가에
조용한 혼란과 책임감이 엿보였다.
그는 여전히 믿기 힘들었다.
자신의 옛날 아이디어 하나가
이런 혼란을 부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래도, 너 덕분에
세계가 무너지진 않았어.”
스즈키가 말했다.
윤강현도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사토시보다,
좀 더 사람 냄새 나는 사토시가 된 거지.”
회의는 끝났고,
각국은 백준기에게
1 BTC에 해당하는 연봉,
**5 BTC(약 6억 원 상당)**을
‘신뢰 비용’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가 다 쓰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책임과 사명을 짊어졌다는 데 대한 대가였다.
며칠 뒤,
백준기는 조용한 동해 바닷가의 작은 연구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이제 더 나은 보안 체계,
그리고 기술의 윤리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자 했다.
더 이상 공개 포럼엔 글을 올리지 않을 것이다.
단지,
생각이 떠오르면…
조용히 곁에 있는 사람들과 먼저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그날 밤,
윤강현과 스즈키 마코토가 찾아왔다.
차를 마시던 중,
스즈키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음에 또 그런 미친 아이디어 떠오르면,
공개된 포럼에 올리기 전에
우리한테 먼저 알려주면 안 되겠나?”
윤강현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우린 심장에 안 좋더라고.
준기 씨 아이디어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가상화폐 시장이 두 배로 요동치거든.”
백준기는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그땐 꼭,
먼저 얘기드릴게요.”
전 세계를 뒤흔든 시스템은 멈췄고,
사토시는 다시 익명의 평범한 삶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언제든 다시 호출될 수 있는 이름으로.
30. 사토시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