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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을까? 없을까?
일을 선택하는 기준은 필수다.

1인기업의 일

“인숙씨, 혹시나 해서 연락했는데……
카달로그 제작 가능해요?”


 마케팅 협력사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브랜딩, 콘텐츠 기획, 글쓰기까지 다 가능하고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가 있는것도 알고 계시기에 연락한 것이다. 잠깐 고민했다. 안 해본 일이기 때문이었다. 5초 정도 생각 후 답했다. “네. 할 수 있어요. 제가 할게요.” 


 그렇게 카달로그 제작도 시작했다. 대견하다. 5초 밖에 고민하지 않았다. 또 그걸 하겠다고 말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할 수 있냐 물으면 과거에는 무조건 손사레를 치며 못한다고 말했다. 잘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게 날려버린 일만 다 했어도…… 꽤 많은 돈을 벌었을 지 모르지만 별 수 없다. 당시 내 간의 크기는 딱 그만큼, 콩 알 만했으니까. 우려했던 카달로그 제작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지었다. 막상 해보니 별 것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업체들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얼떨결에 마케터로, 강사로, 컨설턴트로 다양한 일들을 해오고 있다.


 먹고 살려고 이 일, 저 일 하다 보니 꽤 다양한 이력이 생겼다. 내가 저지른 일 보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시작한 일도 많다. 날 떠올려 주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지만 결정을 해야 하는 매순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월급 없이 내가 나를 먹여 살려야 하는 입장이 되면 돈을 준다고 하는 모든 일에 솔깃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냐 물어보는 순간은 아무리 반복 되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인지,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돈을 얼마나 받아야 할 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쩜 그리 매번 새로운지…… 돈이 궁할 땐 무조건 하겠다고 말했고 너무 큰 돈을 제시하면 애초에 겁을 먹고 도망가기도 했다. 어떤 일은 해 보고 또 다른 일은 또 거절하면서 차츰 스킬이 생겼다.




1) 내가 절대 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일이라면 거절하면 된다. 큰 돈이 걸려있었는데 기회가 왔는데 못 잡았다고 후회하고 한탄할 일이 아니다. 그 일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다.


 - 얼마 전 특정 지역 브랜딩이 가능하냐는 연락을 받았다. ‘아, 회사 브랜딩도 1인기업 아니면 못하겠다고 하는 판에 도시 브랜딩이라니……’ 무조건 못한다고 말했다. 괜찮아 보이는 프로젝트라 나를 추천하려던 대표님께서는 “귀찮아서 안 하겠다고 그러는 것 아니죠?”라며 왜 거절하는지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말하셨다. 해 본 적 없는 일을 브랜딩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욕심으로 덥썩 물었다면 이후 엄청난 스트레스를 호소했을 게 분명하다. 물론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욕심내지 않는 게 백 번 천 번 생각해도 맞는 일이었다.


- 자기자신을 분석하고 꿈을 찾아가는 워크북 형태의 외국 책을 번역해보지 않겠냐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었다. 내가 하는 교육과 내용이 유사해서 솔깃했다. 번역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원고를 받아보고 며칠을 고민했다. 결국 못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건 고민할 문제도 아니었다. 영어를 정말 못하는데 무슨 번역이란 말인가. 이건 아쉬워 해서도 안되는 일이다.
 
 

2) 해보지 않은 일이지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일은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


 금액과 기간 등의 구체적인 내용도 생각해야한다. 아주 적은 금액으로 오케이 한 후에 후회한 적도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해보지 않은 일이라고 피하기만 했다면 성장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직에서는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서 함께 일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혼자는 그러질 못하니 정말 난감했다.

 고민 끝에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해 보기로 했다. 대신 너무 부담스러울 경우 금액을 합리적으로  책정했고 익숙해지고 노련 해 질수록 금액을 높였다. 그렇게 차츰 경험을 쌓아나갔다.


 - 과거에 일을 했던 패션회사에서 라이프스타일 회사로 발돋움해야 하는 타이밍에 다시 합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패션 쪽 일은 내가 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안겨준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 제안은 고민이 되었다. 재미도 있고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되지만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분야의 일이었다.


“대표님, 충분히 욕심나는 일인데요. 생각을 좀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관련 자료 주시면 충분히 검토해 보고 다음 주 중에 다시 말씀 드릴게요.” 곧장 인근 서점으로 향했다. 관련 분야 책을 훑어보았다. 잘 할 수 있는 일인지를 생각했다. 충분히 해 볼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 다음은 일의 형태와 금액에 대해 고민. 내 사업을 하는 도중에 완전히 합류할 수는 없는 일, 조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대행도 아닌 형태의 일이었다. 투입할 수 있는 최대 시간과 최소 시간, 받아야 하는 최소 금액을 정해놓고 다시 미팅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회사의 Communication Director라는 타이틀로 관련 일들을 하게 되었다.


3) 혼자가 무섭다면 함께 한다.


 혼자는 자신 없지만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분야 실력자이신 ㅇㅇㅇ 라는 분이 있는데 그 분과 함께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분께 연락을 드려보고 다시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렇게 실력 있는 분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선호하는 방식이다. 물론 주위에 믿을 만한 실력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  나는 퍼스널 브랜딩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자꾸 기업 브랜딩 의뢰가 들어왔다. 기업의 브랜딩 전략을 짜 달라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거절하고 뒤돌아서서 아쉬워했다. 해 본 적 없는 일이라 무서웠지만 욕심 나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한 기업의 브랜드 디렉터로 합류하게 되면서 나에게 들어오는 일을 회사로 넘겨주고 대표님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실무를 배웠다. 돈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 덕분에 지금은 기업의 브랜딩 작업도 혼자 거뜬히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혼자 일을 하면 모든 의사결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 더 많은 기회에 노출될수록 선택을 고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그 때마다 상의할 사람이 없어 답답하고 또 불안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일의 선택 기준을 명확히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매 순간 스트레스 받는 것이 확연히 줄어들 뿐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통해 내 시간과 능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인숙

퍼스널 브랜드 디렉터, 현재 be.star라는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1인기업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 SNS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일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사람을 좋아해 개인에게 적용하는 퍼스널 브랜딩 일에 뛰어들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1인기업'과 '퍼스널 브랜딩'을 제시하고 있다.


 * 개인 블로그 : http://bestarbrand.blog.me/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dreamingkis/

 * 유튜브 (뭐해먹고살지?) : http://bit.ly/2Phvn84


브랜드 매니지먼트 be.star

 * 홈페이지 : http://www.bestar.kr

 * 인스타그램 : http://www.instargram.com/besta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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