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가의 일
지난해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의 에세이 쓰기 수업에 다녀왔다. 글쓰기와 더불어 책쓰기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중 특히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조심해야 할 출판사 유형이었다. 대부분 어떻게 출판사를 컨택 하는지 알려주는 데 그치는데 그는 피해야 할 출판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었다. 책 내고 싶다고 무턱대고 계약하지 말라는 이야기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집중해서 들었고 나는 필기하던 노트에 별표까지 그렸다. Do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Don’t도 중요하다는 것. 어차피 후회할 일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특히나 내 시간과 정신건강은 소중하니까. No는 필요하다. 아니 필수다.
세어 보진 않았지만 최근 Yes보다 No를 더 많이 말한 것 같다. 몇 년 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무조건 Yes만 외쳐 댔으니 말이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고 나서야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No를 말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이제 나는 곧잘 ‘못 하겠어요.’를 외친다. 더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내가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몇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일은 정말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다. 청년 CEO들의 모임에서 나를 초대했다. 주제는 ‘CEO의 퍼스널 브랜딩’. 나는 퍼스널 브랜딩을 설명하며 동시에 SNS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기하게도 강의가 끝난 후 몇몇 대표님께 따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당연히 퍼스널 브랜딩을 의뢰할 것이라 기대하고 나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회사의 온라인 마케팅을 맡아 달라는 것이 아닌가.
당시 나는 온라인 마케팅 대행 일을 하지 않았다. 퍼스널 브랜딩이 주력인 상태에서 한 회사의 마케팅을 온전히 맡아서 신경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거절했다. 할 수 없다 말했지만 대표님은 뜻을 굽이지 않으셨다. 내가 아니면 절대 안된다며, 오히려 내가 거절을 하면 할수록 더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나는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 대신 잘 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맞는 말이었다. 시간을 투자할 자신이 없으니, 당연히 결과도 장담하기 힘들 수 밖에. 심지어 그 상품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상품이었고 타겟도 남성 대상이었다. 상품도, 고객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품을 팔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양의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한사코 못하겠다 거절했다.
하지만 수차례의 설득에 넘어가 정신차려보니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었다. 그렇게 블로그를 기반으로 SNS를 잘 활용하여 홈페이지 내의 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몇달 뒤, 대표님께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잔금도 받지 않겠다 말했다. 계약 내용대로 블로그에 80개의 콘텐츠를 작성했으나 쉽게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당시 블로그 알고리즘의 변경으로 하루 방문자 수가 100명이 채 되질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전까지 맡았던 모든 기업의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 1000명 이상으로 거뜬히 만들었던 나였다. 그렇다고 꼼수를 쓰고 싶진 않았다. 그저 내가 무능력한 탓이었다.
상대방이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거절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애초에 거절했어야 했다. 나는 물론이고 상대방도 시간낭비, 돈 낭비를 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관계가 서먹 해 졌다. 이게 참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마케팅을 하는 나에게는 자질구레한 요청이 참 많았다. 자신의 교육 프로그램 홍보를 요청하고, 블로그 포스팅을 부탁하고, 마케터를 추천해달라 말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때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로, 호감으로 모든 일에 OK했다. 고민을 털어놓으며 은근히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내면 외면하기가 힘들었다. 대부분 도와주겠노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몸은 하나이기에 바빠서 흐지부지 되거나 제때 도움을 주지 못한 경우가 생겼다. 그럼 어느새 내가 쩔쩔매며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상대방은 서운해 하고.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호의로 도와주겠다고 말했던거지 그게 당연한 게 아닌데, 왜 내가 죄송하다고 말을 하고 있는걸까 싶었다. 호의가 권리가 된다는 말이 이럴 때 딱 쓰이는 건가 싶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자신 없는 일이라면 그 어떤 상황이라도 거절하자.’
‘거절하고 사이가 서먹 해 질까봐 고민하지 말자.'
'결과가 좋지 않다면 서먹 해 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다.’
수없이 머릿속으로 되 뇌였다. 덕분에 이제는 No라 말하는 것이 꽤 쉬워졌다. 지금의 ‘못 하겠습니다.’가 추후에 ‘죄송합니다’보다는 훨씬 나은 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할 말 하고 살자. 그래야 내가 속 편히 살 수 있다.
퍼스널 브랜드 디렉터, 현재 be.star라는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1인기업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브랜딩 전략을 자문하는 일을 하고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 SNS와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관련 일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사람을 좋아해 개인에게 적용하는 퍼스널 브랜딩 일에 뛰어들었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으로 '1인기업'과 '퍼스널 브랜딩'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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