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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을 어긴다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이 어두움에 이름을 짓지 않았어요.

by 최고담


천륜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 자식 간은 천륜이라고


대충 어떤 의미인 줄은 알지만 정확히 알고 싶어 사전을 찾아봤다.



내용을 읽어보다 그러므로 같은 죄라도 천륜을 어기게 되면 중벌을 받게 된다는 부분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천륜을 어긴다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엄마가 끊고 집을 나갔으니 엄마가 천륜을 어긴 것일까? 그러니 엄마는 중벌을 받게 되는 거라면,


그런 엄마를 이제는 미워하게 된 나, 찾지 않는 나, 끝끝내 끊어내는 나 역시도 천륜을 어기게 되는 걸까?


그럼 난 너무 억울할 거 같은데..




누군가 그랬다. 그래도 엄마니까 한 번은 찾아보라고.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행하지 않았을 뿐.


누군가는 그랬다. 엄마가 오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수 있을 거라고 오죽하면 그랬겠냐고 그랬다.


그래도 11년을 / 14년을 키운 모성애가 있는데 분명 그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 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럴 사정이 있으면 이해해 줘야 되는 건가? 내 감정과 상관없이?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있으면, 그 행위는 마땅한 것이라 생각해야 하는 걸까?


우리 가족 중 아무도 죽지 않았지만, 그 시절의 내 삶은 죽어있었다.


그래서 내가 죽지는 않았지만, 그 안의 나는 잿빛이다. 끝끝내 그렇게 떠나버린 엄마를 왜 나만 이해해 줘야 하는 건지 궁금했지만 되묻진 않았다.


돌아오는 답은 뻔했으므로,


그래도 낳아준 엄마잖아.


그러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진다. 마치 청소년 드라마의 한 반항아의 대사처럼.


누가 낳아달라 그랬어?




이상하리만큼 부모와 자식 간에는 무법지대가 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정할 수 없다는 것.


각 집마다 법이 있고, 그게 설령 다른 집과는 다르더라도 한마디로 퉁칠 수 있는 마법 같은 문장이 있는 사이.


"엄마/아빠 가 그럴 수도 있지, 자식인 네가 좀 이해해 줘야지. 너한테 아니면 누구한테 그러니"


남한테 못하는 이야기는 자식에게도 하지 말아야지.


적어도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엄마가 되지 않아야지 하고 다짐한다.


그러므로 나는 엄마를 이해하지 않을 거고, 찾지 않을 거고, 마주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 사람은 집을 나간 순간부터 그 모든 권리를 끊고 나간 것은 엄마니까.


한때는 그 끈을 잡고 한참을 서서 다시 그 끈의 끝을 붙잡아 주기를 기다렸었다.


일기장에 빼곡히 엄마가 오길 기다린다고 썼다가 오빠에게 발견되어 찢기던 그 일기장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찢겨 버렸다.


이제 다시 그 끈을 잡아줄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는 사라졌다.


다 아물어간 상처라 그저 흉 정도 남은 상처인 줄 알았는데, 그냥 커다란 딱쟁이 하나 생긴 거였나 보다.


엄마가 돈 하나에 양심을 팔아버린 그 순간에 내가 긁혀버렸다 보다.


그렇게 긁혀버린 후 딱지가 떨어졌나 보다.

이렇게 쉽게 떨어질 줄 몰랐는데..


상처에서 진물이 줄줄 흐르고 나서야 아직도 아물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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