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 승진거부 현상은 조직의 미래에 대한 불편한 시그널임
직장인들의 최고의 보상은 일반적으로 승진과 보상입니다. 이는 조직에서 그의 역량과 업무실적에 대해서 명백히 ‘인정’한다는 의미이자, 승진으로 인한 책임과 역할의 확대, 권한의 증가, 연봉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직장인들에게 승진의 그 의미가 남다르고 최고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승진함으로 서 함께하는 가족들도 아빠나 엄마의 직장내 인정받는 모습을 보는 자녀나 부모들도 더없이 기뻐하는 상황이 쉽게 상상이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좋은(?) 직장내에서의 승진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당시는 극히 일부의 사례하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의 경우 상당수 회사는 사원, 대리급은 조합원 신분이고 과장,차장, 부장급에서 과장급 이상은 ‘관리자 신분’이 되면서 비조합원이 되는 경우가 다소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여러모로 본인에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승진에 필요한 시험이나 필수과정을 거치지 않음으로서 간부사원이 되기를 회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회사내 취업규칙이나 노조간의 협약을 통해서 규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MZ세대의 증가 및 그리고 그 세대가 이제는 조직내 팀장, 실장 등 보직자로 성장해가는 시점이 다가왔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점차 승진을 거부하는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조직내 리더의 핵심역할을 크게 3대 관리는 성과관리, 구성원(사람) 관리, 변화혁신 관리입니다. 이중에서는 사람관리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실무자에서 보직자로 올라가는 승진의 길을 스스로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현상을 다른 표현으로 ‘언보싱(Unbossing)’이라고 합니다. Unbossing의 개념, 사회적 트렌드, 문제점, 대응방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Unbossing의 개념
Unbossing(언보싱)은 조직 내에서 승진이나 관리자 역할을 거부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승진을 통해 관리자가 되더라도 사람을 관리하는 업무(People Management)를 원치 않거나 회피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승진이 곧 보상과 지위의 상승을 의미했으나, 최근에는 승진이 책임 증가, 심리적 부담, 사람 관리의 어려움을 수반한다고 인식되면서 승진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성과 관리와 사람 관리의 추가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개인의 전문성에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일본의 "사토리 세대"와 비슷한 맥락으로 직장 내 번아웃, 워라밸(Work-Life Balance) 추구, 소진 방지 전략과도 연결됩니다.
2. Unbossing의 사회적 트렌드
Unbossing 현상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와 직장 내 인식 변화 때문입니다.
1) MZ세대의 가치관 변화
MZ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직장에서의 승진과 권력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대신 개인의 성장, 자기 개발, 여가 시간 등 워라밸을 더 중시합니다. MZ세대는 사람관리, 팀원 관리 등을 해야하는 리더십보다는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경력 개발에 관심이 많습니다.
2) 조직의 역할 변화
과거의 관리자는 단순 업무 지시고하고 종합하는 역할이 주였지만 오늘날 관리자 소위 보직자는 코치, 멘토, 리더로서 관리역할의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람 관리는 성과 관리보다 더 정서적 에너지와 시간 소모가 크고 부하 직원의 심리적 안정과 성장까지 책임져야 하는 정서적 리더십 요구가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증가하면서, 관리자의 역할이 원격 근무하는 인력들에 대한 동기 부여와 소통을 책임지는 역할도 더욱 확장되었으며 대면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관리 한다는게 말처럼 결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3) 심리적 요인
관리자로 승진하면 갈등 조정, 동료 피드백 제공, 부하 직원의 성과 평가와 같은 업무를 해야 합니다. 그런 일은 심리적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게 됩니다. 이미 기존 관리자들도 번아웃과 심리적 소진을 경험하고 있으며, 관리자로서의 추가 책임을 감당하기를 꺼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보통의 직장인들이 일반적으로 푸념하는 대표적인 표현이 바로 ‘회사생활이 힘든 것은 업무/일이 아니라, 그 안에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더 힘들다’라고 하죠. 바로 이 지점에서 보직자 리더는 동료들끼리 서로 힘들어 하고 갈등하고 비틀어진 인간관계를 바로 잡아서 업무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이해하기 쉬울것입니다.
3. Unbossing의 문제점
Unbossing 현상이 조직과 개인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직의 문제점
승진을 거부하는 직원이 늘어남에 따라, 조직의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팀원은 많지만 관리자는 부족하여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조직의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조직은 팀장과 팀원만 있는게 아닙니다.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위 말하는 워킹장이나 그룹장 같은 중간 리더가 잘 챙겨주어야 해당 조직이 잘 돌아가게 됩니다. 아무튼 이런일이 심화되면 조직의 차세대 리더 육성 프로그램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결국 훌륭한 관리자의 부족으로 인해 성과 피드백, 평가 업무가 지연되거나 부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2) 개인의 문제점
승진을 거부하면 조직 내 경력 개발의 기회가 줄어듭니다. 승진 없이 고임금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소득 정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대기업의 경우 대리와 과장간의 연봉차이가 대략 적어도 1천만원~2천만원 정도의 차이가 나게 됩니다. 결코 적은 차이가 아닙니다. 또한 승진을 거부하고 전문성을 추구하지만 조직 내 승진 경로와 경력 개발 경로가 불명확하고 현재의 수준에 반복되는 업무를 하게 되고 결국 자발적 경력단절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조직에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과연 내가 저 직책에 맞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라고 부담가질 때 ‘능력이 되니까 해당 자리 직책에 올라간 것이다. 그 자리에 가면 충반히 할 수 있다’라고들 합니다. 무슨 의미이냐 하면 현재의 정보와 지식, 권한을 가지고서는 힘들지만 해당 높은 직책에 올라가면 그것에 맞는 고급정보와 지식, 더 많은 권한과 힘이 생기는만큼 해당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실무자과 보직자 리더가 다루는 정보와 지식 수준 자체가 벌써 차이가 남으로서 실무자로서 길을 선택하면 그만큼 낮은 수준의 정보와 지식에 의존해서 사는 것입니다. 결국 경력단절이 되는 것이죠.
4. Unbossing의 원인
Unbossing의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언보싱은 기업 입장에서 결코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해당조직의 보직자, 직책자가 되는 것에 대한 매력이 없거나 별로 비전이 없어보인다는 평가이기도 합니다. ‘저렇게 어렵게 보직자가 된 상사들의 일상생활을 보니 결코 벤치마킹의 대상이나 모델이 되지 못하고, 저럴바에는 차라리 현재가 더 낫겠다’라는 판단이 섰다는 의미로서 결국 리더로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그 세부 원인들을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내부 원인 (조직 내 요인)
기존의 성과 관리 외에 정서적 리더십 요구가 늘어나면서 사람 관리의 피로감이 증가합니다. 승진을 해도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지 않아 신규 관리자가 업무에 부담을 느낍니다. 승진을 해도 급여 인상이나 보상이 크지 않으면 승진 동기가 감소합니다. 사람관리 등 일은 더 많아졌는데 보상은 적은 것이죠.
2) 외부 원인 (사회적 요인)
오늘날 MZ세대의 가치관이 직장 생활보다는 개인의 삶과 행복을 중시하는 특성이 반영되었습니다. 기존 관리자들이 소진과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후임자들도 이를 인식하고 승진을 거부합니다.
5. Unbossing에 대한 대응 방안
(1) 이중 경력 경로(Specialist Track) 마련
직원들이 사람 관리에 부담을 느끼고 승진을 거부하는 이유는 관리자가 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 관리자 직책 외의 경력 경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Dual Ladder Promotion System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R&D 연구소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 업무등에 적용하고 있는 경우들도 제법 있습니다.
전문가 트랙: 과장이 아닌 전문 연구원, 수석 컨설턴트, 수석 데이터 분석가 등 전문가 트랙을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급, 직책이 올라가더라도 본인이 해왔던 개발, 연구 등에 더 종사하는 것입니다.
관리자 트랙: 처음에는 연구 업무를 하다가 일정 시점을 지나면서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로 가는 것입니다.
(2) 관리자의 피플 매니지먼트 부담 완화
HR 지원 시스템 구축: 팀장의 사람 관리 업무 일부를 HR 코디네이터나 HR BP(Business Partner)에게 위임하여 관리자의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평가 자동화 시스템 도입: 팀원에 대한 평가, 피드백, 경력 상담을 디지털화하여 관리자 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좀더 쉽게 말하자면 개인의 대소사와 기타 상당부분의 개인 Care에 대해서 리더의 역할을 최소화 하고 회사의 인사관리 시스템이 고도화됨으로서 직원들의 업무만족도도 높이고 리더의 조직관리 에너지도 아끼는 것입니다.
(3) 승진의 매력도 제고
비재무적 보상 확대: 승진한 관리자에게 교육 기회, 해외 연수,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관리자로서의 보상을 확대해야 합니다.
승진과 조합원 신분의 연계 해소: 과장 승진과 조합원 신분의 상실을 분리하는 규정 변경도 필요합니다.
(4) 리더십 역량 강화
신임 리더 코칭 프로그램 운영: 새롭게 승진한 관리자들에게 멘토링 및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해 리더로서의 자신감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정서적 리더십 역량 개발: 관리자로 승진할 때 정서적 리더십에 대한 교육과 코칭을 제공해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승진의 의미 재정립이 필요하다
과거의 승진은 권력과 보상의 상징이었지만, 오늘날 승진은 책임의 증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승진을 거부하는 언보싱(Unbossing) 현상이 지속되면, 리더십의 공백, 조직의 성장 둔화, 인재 부족 등의 문제가 심화될 수 있습니다.
승진의 의미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승진이 더 이상 권력과 책임의 상징이 아니라 경력 개발의 기회로 인식되도록 변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관리자 외 경력 경로의 다양화, 피플 매니지먼트 부담 감소, 보상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합니다.
조직은 승진을 고통스러운 책임의 증가가 아닌 성장의 기회로 재구성해야 하며, 구성원들이 승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자를 육성하는 시스템의 개선이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