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와 자기 합리화 메커니즘

워런 버핏의 일관성과 내 안의 ‘바보의 벽’을 허무는 손절매 주식 투자법

by 황규호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부자이며 최대의 기부자로 유명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Edward Buffett). 그가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현명한 투자가’로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참으로 의외다. 투자를 함에 있어서 ‘일관성’ 있는 태도가 바로 그가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투자자가로 선정된 주된 이유였으니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관성’이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류의 일관성이 아니다. 그것은 실수나 투자 방식에 있어서 모르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워런 버핏의 태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주식투자는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과의 무한한 싸움이다. 워런 버핏을 추종하는 가치 투자자(value investor)들은 주가의 하락보다는 기업의 가치 훼손에 주목한다. 그들은 자신이 해당 기업에 투자한 이유인 기업의 실질 가치는 줄어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주식 가격이 하락한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그 주식을 매도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투자의견을 내보낸다. 오히려 매도 대신 추가로 매수한다. 저평가된 주식을 좋은 가격에 쓸어 담을 수 있는 기회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의 달인들의 금과옥조 같은 신념은 자신만의 분명한 매매 원칙을 세우고 이를 반드시 지키는 ‘일관성’이다. 그들이라고 항상 성공만 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투자 시 투자 판단의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실수나 모르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워런 버핏의 자세가 그를 세계적인 주식투자가, ‘오마하의 현인’으로 만들었다.



증권 투자 기법 중에 손절매라는 용어가 있다. 영어로는 Loss cut. 손해(損)를 끊어(絶) 버리는 매매(賣)라는 뜻이다. 손절매란 주식을 매입 후 예상과 달리 하락 시에 미리 정해진 한도의 손해를 감수하고 그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말하는데 투자 전략이 비교적 자유로운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이런 기법을 적절히 잘 구사한다.


반면에 개인투자자로서는 자신의 손해를 확정하는 손절매를 실행하기 무척 힘들어한다. 손절매는 자기 뼈와 살 같은 소중한 돈을 깎아내 버리는 것과 같으므로 그 심적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론 손절을 해야 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실제로는 실천 못하는 주식 투자자들이 대다수다.


떨어질 만큼 다 떨어졌으니 곧 바닥을 찍고 반등할 거야 등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 자신이 듣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불리한 정보는 애써 외면한다. 이런 심리상태는 주식 시장 참여자 사이에 만연해 있다. 손절매를 정확히 못하면 발톱만 자르면 될 것을 다리까지 잘라야 하는 사태, 이른바 ‘깡통’을 차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주식 매매에서 고수와 하수의 매매 성공률의 편차는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월가의 유명한 펀드매니저와 원숭이의 투자 수익률 게임에서 원숭이가 이겼다는 이야기는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에서는 그 차이가 극명하다. 그 결정적인 차이는 자금 관리에서 드러난다. 투자를 함에 있어서 최고의 시기를 위해서 최악의 시기에도 생존해야 한다. 돈 버는 기술보다 잃지 않는 기술을 최우선적으로 익히라는 것이다.



대박이라는 최고의 투자 적기를 찾을 때까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 곧 자금 관리다. 물론 투자가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핵심 요체가 바로 손절매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손절매의 관건은 기계적이며 ‘일관성’ 있는 실행에 달려있다.


그러나 인생에서 이런 ‘일관성’이 모든 부분에서 항상 긍정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사람을 본받으려고 하고 ‘한결같다’는 말은 대개 칭찬할 때 쓰는 말이다. 반대로 한결같지 않은 사람은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 (Leon Festinger)는 생각, 태도, 행동 등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이론화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1954) 이론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종말론에 빠져든 사람들 틈에 위장 침투하여 이 연구를 진행했다.


여기서 인지부조화란 어떤 사람이 반대되는 두 가지 이상의 신념, 생각, 가치를 동시에 지닐 때나 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 정보와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긴장 상태 또는 불편한 경험 등을 의미한다.


이런 인지부조화를 겪을 때 인간은 일반적으로 공격적, 합리화, 퇴행, 고착, 체념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이 하나의 머릿속에 서로 상반되는 믿음과 사실을 동시에 지니고 살아간다면 아마 정신분열증에 걸리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런 인지부조화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한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서 인지부조화를 겪는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나 행동이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을 때 ‘합리화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는 사실을 포착해낸다.



레온 페스팅거가 종말론자들의 집단에 위장 잠입하여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지구에 대홍수가 임박했고 자신들을 외계 우주선이 구원해 줄 것이라 믿었던 UFO 우주선 숭배 교도들 중 일부의 신도들은 교주의 예언 당일에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자 실망해서 배교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굳은 믿음 덕분에 지구가 대재앙을 피했다고 억지 주장하며 이전보다 더 독실한 광신도들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인지 상의 부조화를 ‘합리화 메커니즘’을 작동시켜서 부조화를 없애거나 줄여 기존의 믿음을 강화했기 때문에 발생하게 된다. 이는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이미 제시한 방어기제 중의 하나인 합리화와 동일한 모습이다.


이런 합리화 과정에서는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현실과 자신의 기억마저 왜곡하게 된다. 이를 위해 터무니없는 말을 꾸미기도 하고,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지각하고 받아들이며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결집한다. 전체 여론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귀머거리가 되어 ‘집단 극단화’의 함정에 빠진다. 자신들의 환상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이른바 ‘대안적 사실들’을 꾸며내고 유포시킨다. 이런 인지부조화는 개인의 사소한 결정에서 나라의 중대한 결정까지 두루 적용된다.



일본의 뇌 전문가인 요로 다케시(養老猛司)는 그의 저서 <바보의 벽>에서 인간의 뇌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본인이 원치 않는 정보에 대해서는 차단해 버리는 '바보의 벽'이 있다고 했다. ‘바보의 벽’은 고정관념과 편견과 탐욕과 이기심이란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현실과 괴리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을 합리화 과정을 거친다. 그 상태에서는 반성이나 깨달음이란 단어를 알지 못한다. 스스로 쌓아 올린 ‘바보의 벽’ 속에서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다거나 부조리하지 않다고 본인 스스로 설득하고 세뇌시키면서 생을 살아간다. 오직 자신의 안위와 실질적인 이득 외엔 아무런 관심이 없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바보의 벽’이라는 그 공고한 벽을 허물 수 있을까? 저자가 제안하는 ‘바보의 벽’ 제거 방법은 오로지 각자가 그 벽을 인식하고, 스스로 그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소통은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틀렸어”라고 스스로 고백하고 기존의 자기 생각을 ‘변경’하거나. 아예 포기할 줄 아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알메르 카뮈의 말처럼 정녕 ‘인간은 자신의 삶이 부조리하지 않다고 스스로 설득하면서 생을 보내는 동물’인 것인가? 2022년 지금, 20대 대통령 선거 정국에서 ‘바보의 벽’에 갇혀 불쌍하고 허무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