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광, 사라진 후 내게 남은 것들>
4부 투명한 선 | 〈투명한 선〉
세상으로 다시 들어갈 때
감정보다 먼저 자세를 고릅니다.
따뜻함은 과하면 흔들리고,
차가움은 오래면 마르게 하니까.
가끔 쓸쓸함이
옷깃처럼 따라옵니다.
그래서 더 단정해지기로 합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서.
오늘은 그 선을 적어둡니다.
보이되, 닿지 않게.
나를 잃지 않는 예의.
<투명한 선>
유리 한 겹.
보이되 닿지 않게.
즉시 건너지 않는다.
대답은 입술 뒤에 둔다.
“잘 지내시죠.”
문장은 가볍고
공기는 미세하게 달라진다.
그 차이를 안다.
그래서
내 숨을 내 쪽에 둔다.
웃음은 얇게,
고개는 깊게.
설명은 줄이고
예의만 남긴다.
쓸쓸함이
안쪽에서
작게 울릴 때도
그 울림을
밖으로 던지지 않는다.
유리는 막지 않는다.
경계를 정확히 할 뿐.
그 정확함이
나를 쓸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나를 잃지 않는다.
오늘도
투명하게.
단정하게.
어둠이 곧장 오지 않도록
내 쪽에
빛의 가장자리만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