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여백<체온선>

<잔광, 사라진 후 내게 남은 것들>

3부 여백 | 〈체온선〉


어떤 날 이후로 따뜻함을 조금 조심하게 됐어요.


따뜻함은 종종

사람을 살리기보다 사람을 풀어버리니까.

그래서 한동안은 차가운 쪽에서 서 있었습니다.

버티기엔 그쪽이 더 단정했죠.


그런데,

살다보니 온도에는 결이 있더라고요-


나를 녹이지 않으면서도

나를 사람답게 두는 온도.

오늘은 그 선을 적어둡니다.


따뜻함과 거리 사이, 내가 무너지지 않는 지점.



<체온선>

체온은

포옹이 아니라 경계의 단위.


나는

다정함을 배우면서도

허물어지진 않기로 한다.


따뜻함을 한 칸만 켠다.

나머지는 여백으로 둔다.


집이 잠들고

불을 최소로 줄인 방에서

온도는 먼저 말을 가라앉힌다.


같은 조명 아래

숨만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 나는 내 쪽의 공기를 지킨다.

얇아지지 않게,

거칠어지지 않게.


체온선은 벽이 아니다.


보이되

닿는 방식은 고르는 투명한 예의.


나는 따뜻함을 거절하지 않는다.

다만 나를 잃는 방식으로는 받지 않는다.


고요함은

더 환해지려 하지 않는다.

다만 빛이 머무는 자리를

조용히 내어준다.


금이 간 유리는

완전함을 구하지 않는다.

대신 빛이 머무는 결을

조금 더 오래 가진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내 체온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한 칸의 온기만 남겨

내일이 올 때

어둠이 곧장 오지 않게-


잔광처럼,

작게,

그러나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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